미국 해군의 차세대 첨단 구축함이 공식 취역하기에 앞서 언론에 사전 공개한다는 연락을 받고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을 찾았다 이런저런 보안절차를 한참 거치고 차로 이동하자 멀리 항구에 위용을 드러내고 정박해 있는 차세대 구축함이 눈에 들어왔다.
● ‘우주 전함’ 같은 구축함
외관이 날렵한 게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법한 우주 전함 같았다. 배 상부는 피라미드 구조로 만들어졌고 함포 등 각종 무기는 철갑 안에 감추고 있었다. 옆에 같이 정박해 있는 기존 함정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크기도 엄청났다 구축함보다 하나 더 큰 게 순양함인데 이 순양함보다 더 크다. 길이 183m, 높이 32m, 배수량 1만 4천5백 톤 짜리다. 보통 구축함의 배수량이 3천에서 8천 톤인 점을 감안하면 두 세배 큰 규모다. 한때 최대 구축함으로 불렸던 우리 세종대왕함보다 길이는 20m 더 길고 배수량은 3천 톤이 더 많다.
대당 건조비용은 44억 달러 우리 돈 5조 원에 이르는데 니미츠급 항공모함 건조비용과 맞먹는다. 이 때문에 당초 32척을 건조하려던 계획은 3척만 만드는 것으로 수정됐다고 한다
● 최첨단 스텔스 기능 갖춘 항공모함 킬러
앞서 말한 대로 순양함보다 끈 엄청난 크기의 구축함이지만, 줌월트는 첨단 스텔스 기능 때문에 레이더에는 소형 어선으로 잡힌다고 한다. 레이더가 쏜 전파를 흡수하는 첨단 도료와 설계로 이 배의 크기는 300톤 정도의 어선으로 레이더에 표시된다고 한다. 적외선 피탐 방지장치에 모터로 기동하기 때문에 소음도 거의 없다. 커크 함장은 적에게 다가가거나 바다에서 작전할 때 줌월트를 탐지하고 추적하는 게 그만큼 어렵다며 자랑했다. 이런 방어기능뿐 아니라 뭐니뭐니해도 구축함의 핵심능력은 공격력인데 ‘항공모함 킬러’로 불릴 만큼 어마어마한 화력을 갖췄다. 80셀이 설치된 최신형 수직발사기(VLS : Vertical Launch System)에는 370km 밖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SM-6 함대공 미사일을 비롯해 1천6백km 밖 지상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함대공 미사일, 대잠 수직 발사 미사일 등 80발을 실을 수 있다.
● 꿈의 무기 전자기 ‘레일건’도 탑재
줌월트는 일반 군함과 달리 전기로 이동한다. 가스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 뒤 워터제트를 움직이는데 그럼에도 최대 속도는 시속 62km에 이른다. 주목할 것은 이런 발전기를 통해 줌월트가 만들 수 있는 전력이 78MW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정도 전력이면 작은 마을이나 초대형 놀이동산을 움직일 수 있는 전력이다. 이런 전력을 자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차세대 꿈의 무기라 불리는 ‘레일건’을 향후 2년 뒤에 줌월트에 실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함포를 대체한다고 한다.
● 아태 지역 배치…北中 겨냥
줌월트함 세 척은 오는 2018년부터 차례로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실전 배치된다. 특히 중국이 인공섬을 만들어 주변 해역에 대한 영해를 주장하면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작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들은 사세보 항에 줌월트 접안을 위한 보완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줌월트가 일본에 기항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투입되거나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전략인 이른바 아시아 재균형전략(Pivot to Asia) 에 따른 것이다. 첫 스텔스 기능을 갖춘 이 구축함은 중국은 물론 북한에게도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