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 노트' 쓴 아내 남편 살해 후 호수에 몸 던졌다

지난달 발생한 경남 거창 부부사망 사건은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뒤 죄책감을 느끼다 스스로 호수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여러 가지 정황을 분석하고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한 결과 이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남편 살해 과정에 공범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찰은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6명의 자녀가 이번 사건으로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어 수사 관련 내용을 일체 발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남편의 사인분석을 의뢰했지만 '사인 불상'으로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수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유력 용의자인 아내가 숨졌기 때문에 수사를 마무리해 송치하면 검찰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 처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건은 지난달 14일 거창군 마리면 한 농업용 저수지에서 A(47)씨 시신이 발견되면서 표면화됐습니다.

A씨 시신은 그물에 덮여 있었습니다.

또 그물은 물 위로 떠오르지 못할 정도 크기의 돌로 눌러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올 2월부터 가족과 연락이 끊어진 상태였습니다.

A씨 실종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달 26일이었고 큰딸이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신고 하루 전날 A씨의 아내(46)가 거창과 가까운 합천군 합천호 부근에서 사라져 역시 큰딸이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신고 이틀 뒤인 27일 아내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이 수습한 부부의 시신 상태나 실종 전후 상황 등으로 인해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기됐습니다.

A씨 아내는 발견 당시 돌을 넣은 백팩을 메고 있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습니다.

A씨는 그물에 덮여 있어 누가 봐도 살해된 정황이 뚜렷했습니다.

경찰은 아내가 숨지기 전 한달여 동안 쓴 유서에 가까운 내용이 적힌 노트를 발견했습니다.

여기에 적힌 남편에 대한 원망과 경제적 어려움 등이 살해 동기가 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A씨 아내가 지난 7월 25일 큰딸에게 "기다릴 만큼 기다렸지, 이제는 신고할 때도 됐지"라며 남편의 죽음에 대해 모종의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언급한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경찰은 노트 내용을 끝내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여자 혼자 범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저수지 물을 빼고 증거물을 찾는 등 공범 파악에 주력했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언론의 지나친 취재에 자녀들이 분개했으며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라며 "자녀들이라도 제대로 살 수 있도록 사건을 잊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