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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차세대 잠수함 사업단’ 출범…공란으로 남겨둔 동력체계

[취재파일] ‘차세대 잠수함 사업단’ 출범…공란으로 남겨둔 동력체계
3,000톤급 잠수함 장보고-Ⅲ를 건조하기 위한 차세대 잠수함 사업단이 어제(4일) 방위사업청에 설치됐습니다. 장보고-Ⅲ 1~9번함 설계, 건조의 컨트롤 타워입니다. 지난 2004년 원자력 잠수함 비밀 사업단이 외부세력의 압력으로 와해된 지 12년 만에 잠수함의 ‘차세대’를 지향하는 조직이 다시 세워졌습니다.

장보고-Ⅲ의 배치(Batch)-1인 1~3번함은 디젤 추진 잠수함으로 건조됩니다. 1번함은 지난 2014년 11월 대우해양조선에서 건조가 시작됐습니다. 주목할 것은 4~6번함 배치-2와 7~9번함 배치-3의 동력 체계는 미정이라는 점입니다.
모스크바 항구에 641b 타입의 디젤 잠수함이 박물관으로 이송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군은 배치-2와 배치-3의 동력 체계를 명실공히 ‘차세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배치-2는 리튬 폴리머 전지 방식을 연구했지만 안정성 우려로 사실상 기각됐습니다. 남은 차세대 동력 체계는 원자력입니다. 군은 숙원인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꿈 꾸고 있습니다.

● 장보고-Ⅲ 동력체계 미정의 의미

해군의 잠수함 전력은 배수량 1,200톤의 209급 9척과 1,800톤의 214급 4척입니다. 209급과 214급도 배치-1, 2, 3로 구분해 조금씩 업그레이드하면서 건조했습니다. 사업 초기부터 동력 체계는 디젤 추진 방식으로 굳혀놓고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다릅니다. 군은 배치-2부터는 동력 체계를 공란으로 남겨둬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겠다는 뜻을 에둘러 밝히고 있습니다. 장보고-Ⅲ를 모두 디젤 추진 잠수함으로 건조할 생각이라면 굳이 동력 체계 결정을 뒤로 미룰 까닭이 없습니다.

잠수함 전문가 40여명으로 구성된 잠수함 사업단이 출범한 사실에서도 군의 의욕을 읽을 수 있습니다. 1988년 해군 최초 잠수함인 209급을 독일에서 인수하기 위해 잠수함 사업단이 처음 조직됐고 다음은 2003년 원자력 잠수함 비밀 사업단입니다. 비밀 사업단이 해체된 지 무려 12년 만에 설계부터 건조까지 독자 기술을 적용하는 한국형 잠수함 건조를 명목으로 사업단을 설치했는데 이 사업단을 바라보는 군의 속 마음는 원자력 잠수함 발진 기지입니다.

● 원자력 잠수함 건조 가능할까
원자력 잠수함 건조는 ‘산 넘어 산’ 난제(難題)입니다. 원자력 잠수함을 설계하고 건조할 기술을 확보해야 하고, 동력원으로 사용할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든 사들이든 해야 합니다. 미국이 원자력 잠수함 건조를 허용해야 하고 주변국에서 방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라도 어그러지면 원자력 잠수함 건조는 불가능합니다. 주변국의 방해는 사실 걱정할 바 아닙니다. 중국, 러시아는 서해와 태평양에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장착한 전략 원자력 잠수함을 수척 거느리고 있습니다. 4,000톤급 잠수함을 보유한 일본은 잠수함에 전용할 수 있는 소형 원자로를 개발한 뒤 수상함에 장착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누가 누굴 탓할 입장이 못됩니다.

기술 쪽을 본다면 가장 핵심이 원자로입니다. 함정용 동력 체계로 사용할 수 있는 소형 원자로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원자력 잠수함용 원자로 제작사인 OKMD의 기술을 토대로 한 ‘스마트-P’ 원자로입니다. 열출력이 65Mwt 정도로 영국 발리언트, 인도 아리한트 같은 원자력 잠수함의 원자로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란의 우라늄 융합 공장 (사진=게티이미지)
지난 해 한미 원자력 협정이 개정돼 우라늄을 20% 미만까지 농축할 수 있게 됐습니다. 원자력 잠수함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우라늄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입니다.

물론 20% 농축 우라늄을 원자력 잠수함에 쓸 수 있는지는 어쩔 수 없이 미국의 결심에 달렸습니다. 결국 미국입니다. 전 원자력 잠수함 사업단장인 문근식 예비역 해군 대령은 “농축 우라늄을 잠수함 동력원으로만 사용한다면 핵무기 개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며 “원자력 잠수함 건조의 관건은 국가의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여론”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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