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Ⅲ의 배치(Batch)-1인 1~3번함은 디젤 추진 잠수함으로 건조됩니다. 1번함은 지난 2014년 11월 대우해양조선에서 건조가 시작됐습니다. 주목할 것은 4~6번함 배치-2와 7~9번함 배치-3의 동력 체계는 미정이라는 점입니다.
● 장보고-Ⅲ 동력체계 미정의 의미
해군의 잠수함 전력은 배수량 1,200톤의 209급 9척과 1,800톤의 214급 4척입니다. 209급과 214급도 배치-1, 2, 3로 구분해 조금씩 업그레이드하면서 건조했습니다. 사업 초기부터 동력 체계는 디젤 추진 방식으로 굳혀놓고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다릅니다. 군은 배치-2부터는 동력 체계를 공란으로 남겨둬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겠다는 뜻을 에둘러 밝히고 있습니다. 장보고-Ⅲ를 모두 디젤 추진 잠수함으로 건조할 생각이라면 굳이 동력 체계 결정을 뒤로 미룰 까닭이 없습니다.
잠수함 전문가 40여명으로 구성된 잠수함 사업단이 출범한 사실에서도 군의 의욕을 읽을 수 있습니다. 1988년 해군 최초 잠수함인 209급을 독일에서 인수하기 위해 잠수함 사업단이 처음 조직됐고 다음은 2003년 원자력 잠수함 비밀 사업단입니다. 비밀 사업단이 해체된 지 무려 12년 만에 설계부터 건조까지 독자 기술을 적용하는 한국형 잠수함 건조를 명목으로 사업단을 설치했는데 이 사업단을 바라보는 군의 속 마음는 원자력 잠수함 발진 기지입니다.
● 원자력 잠수함 건조 가능할까
하나라도 어그러지면 원자력 잠수함 건조는 불가능합니다. 주변국의 방해는 사실 걱정할 바 아닙니다. 중국, 러시아는 서해와 태평양에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장착한 전략 원자력 잠수함을 수척 거느리고 있습니다. 4,000톤급 잠수함을 보유한 일본은 잠수함에 전용할 수 있는 소형 원자로를 개발한 뒤 수상함에 장착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누가 누굴 탓할 입장이 못됩니다.
기술 쪽을 본다면 가장 핵심이 원자로입니다. 함정용 동력 체계로 사용할 수 있는 소형 원자로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원자력 잠수함용 원자로 제작사인 OKMD의 기술을 토대로 한 ‘스마트-P’ 원자로입니다. 열출력이 65Mwt 정도로 영국 발리언트, 인도 아리한트 같은 원자력 잠수함의 원자로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물론 20% 농축 우라늄을 원자력 잠수함에 쓸 수 있는지는 어쩔 수 없이 미국의 결심에 달렸습니다. 결국 미국입니다. 전 원자력 잠수함 사업단장인 문근식 예비역 해군 대령은 “농축 우라늄을 잠수함 동력원으로만 사용한다면 핵무기 개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며 “원자력 잠수함 건조의 관건은 국가의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여론”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