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970년대 오대양호 납북 사건으로 북으로 끌려갔던 정건목 씨는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43년 만입니다. 건장한 20대 청년이었던 아들은, 환갑을 넘긴 노인이 됐습니다.
이경원 기자입니다.
<기자>
한순간도 잊지 않았던 아들이, 그토록 그리웠던 어머니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행여 꿈일까, 올해 64살이 된 아들은 휠체어를 타고 온 어머니의 얼굴을 만지고 또 만집니다.
그런 아들 앞에서 어머니는 말없이 눈물만 흘립니다.
[정건목/북측, 64세 (오대양호 납북자) : 아들 살아 있어! 울지마라.]
올해 88살인 이복순 할머니의 아들 정건목 씨는 어부였습니다.
1972년 12월 돈 벌어 오겠다며 홍어잡이 배 오대양호를 타고 나간 게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리고 들려온 납북 소식, 어머니는 43년을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살아왔습니다.
[근심 걱정 없이 살고 있어. 왜 자꾸 우나.]
[이복순/남측, 88세 : 자꾸 울게 돼, 쳐다보면. 어찌나 늙었는지.]
새벽일을 나갈 때면 동생을 위해 밥을 남겨놓고 갔던 자상한 오빠이기도 했습니다.
중공군이 몰려온다는 소식에 열흘만 피난 갔다 올 요량으로 친정에 맡겨뒀던 큰아들을 다시 만나는데 65년이 걸렸습니다.
[김월순/남측, 93세 : 우리 아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눈물도 잠시, 큰아들의 가족사진을 보며 웃음꽃을 피우고, 65년 만에 아버지 앞에서 불러보는 큰아들의 노래는 어느새 합창이 됐습니다.
[배상만/북측, 65세 : 나의 살던 고향은…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영상편집 : 박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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