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들 부부가 지금 이 순간 가장 야속하게 생각하는 대상은, 사업주가 아닙니다. 바로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두루누리 사회보험’이란 제도입니다. 어찌된 상황일까요.
두루누리 사회보험제도는 사회보험이 꼭 필요한 계층에게 사회 보험료를 지원해준다는 취지로 2012년 7월부터 실시되고 있습니다. 월보수 140만 원 미만 직원이 있는 10명 미만 사업장의 사회 보험료(국민연금, 고용보험)를 국가가 50% 지원해줍니다. 좋은 제도입니다.
그런데, 제도 취지와는 달리, 워킹맘을 울리는 취약점이 나타났습니다.
앞서 사례로 든 여성은 9인 규모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사업주와의 관계도 좋고 출산휴가, 육아휴직까지 사용한 뒤 복직할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여성은 육아 휴직을 쓰겠다고 회사에 얘기하고, 사업주는 대체 인원을 고용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여성이 육아휴직을 가 있는 1년 동안. 사업장에서 두루누리 사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육아 휴직자 역시 사업장 규모를 판단하는데 포함되기 때문에, 대체 휴직자를 더한 10명이 직장 규모가 된다는 것이 근로복지공단의 설명이었습니다. 10명 미만 사업장에 지원하는 제도이니, 10명 규모 사업장부터는 지원 대상이 아닌 셈이죠. 해당 사업주 입장에서는 여성이 출산휴가에 이어 육아휴직까지 갈 경우, 지원 자체를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상당수 직장여성들이 출산 휴가 후 육아 휴직을 사용할지 말지를 출산 전 결정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출산 기간 3개월이 보장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사업주 입장에서는 어차피 육아 휴직자로 인해 지원이 끊어질 상황이라면 미리 그만둬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또 출산휴가 뿐 아니라, 육아 휴직 역시 당연히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현실의 직장에서 실제 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지만, 적어도 정부의 제도가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 되겠죠.
앞선 사례와 비슷한 경험으로 퇴직한 사람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는데, 근로 복지공단에 문의하니 육아 휴직자로 인한 예외 조항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10인 미만 사업장이 영세 사업장, 이른바 3D업종인 경우가 많고, 이런 직장에서 육아 휴직을 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야하는 것은 아닐까요?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영세 업체에서 일할수록 당연히 육아 휴직 받기 어렵죠.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런 곳에 일하는 여성일수록 지원을 더 받게 해야죠. 제도가 탄력적으로 운영 되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업체 규모에 의한 차별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세업체를 지원한다는 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고요. 정부가 얘기하는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서도 탄력적 운영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예산이 문제일까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정부는 지난 9년간 67조 원을 쏟아부었습니다. 한옥관광 사업에도 25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합출산율은 10년째 제자리죠. ▶ CCTV 교체가 저출산 대책?…이해할 수 없는 지출
출산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양육 부담과 소득, 고용 불안입니다. 앞선 사례자처럼 육아 휴직을 원했다가 퇴직을 하게 되면, 그 가정의 양육 부담은 늘고, 소득은 당연히 줄어듭니다. 나중에 여성이 다시 취직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경력이 단절된 뒤여서 지금 수준의 일자리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가장 좋은 출산 장려정책은 여성이 그저 그 일자리에서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요. 정부의 출산 장려 구호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출산, 육아와 관련한 기존 제도상의 미비점부터 없애려는 노력이 선행되야 할 걸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