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씨 검거에 성공하면서 '초동수사' 부실로 궁지에 몰렸던 경찰이 겨우 체면을 차리게 됐다.
반면 검찰은 부실수사와 정보독점 등 비난에서 벗어나 막판 반전을 노릴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또다시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오후 7시께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의 모 오피스텔에서 대균씨를 검거했다.
이 오피스텔은 대균씨의 수행원이자 측근인 하모씨의 여동생 소유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오피스텔이 5월 초 이후 비어 있었는데도 계속 수도·전기요금이 청구되는 사실에 주목하고 은신처를 급습해 대균씨를 검거했다.
지난 5월 25일 유 전 회장이 머물던 전라남도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을 급습했지만 비밀공간에 숨어 있던 유 전 회장을 코앞에서 놓친 검찰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덕분에 경찰은 부실수사에 대한 책임추궁이 핵심 수뇌부로 확산될 상황에서 한 숨을 돌리게 됐다.
앞서 경찰청은 유 전 회장의 시신을 제때 확인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우형호 전 순천경찰서장을 경질하고 정순도 전남지방경찰청장을 직위 해제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이성한 경찰청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대균씨 검거로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이에 반해 공을 독점하기 위해 경찰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수사에 차질을 빚었다는 비난을 받아 온 검찰은 막판 반전 카드를 잃어 버리고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
검찰은 전남지검 순천지청에 감찰팀을 파견해 수사 지휘가 적절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지만, 경찰만큼 신속한 후속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5월 25일 순천 송치재 별장을 압수수색하고도 비밀공간에 숨어있던 유병언을 잡지 못했고, 인근에서 6월 12일 변사체가 발견됐으나 40일이 지난 지난 21일에야 변사체가 유병언임을 확인해 비난을 샀다.
이처럼 대균씨의 검거로 두 조직의 처지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수사당국 일각에선 검거 기여도에 대한 진실게임마저 벌어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대균씨를 붙잡은 것은 맞지만 전날 인천지검에 상주하는 경찰 연락관을 통해 구원파 신도들의 친척 명의 부동산을 뒤지라고 지시했고, 수도요금 등도 검찰에서 살피라고 했던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측은 이에 대해 "검찰이 신도들의 친인척 부동산 현황 자료를 주긴 했으나 대균씨를 검거한 오피스텔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면서 "이 오피스텔은 경찰이 꾸준히 추적해 왔던 곳"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