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주도를 향해서 동남쪽으로 운항하던 세월호는, 사고 직후 뱃머리가 100도 이상 오른쪽으로 꺾인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장애물을 피해 급선회 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3분 30초 동안 선박 자동식별장치의 기록을 복원해 보니까 세월호가 'J'자 형태로 완만하게 회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암초 같은 장애물을 피하려고 급선회 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병희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기자>
해양수산부가 사고 당일 확인되지 않았던 3분 반 가량의 선박 자동식별장치 기록을 복원해 공개했습니다.
당초에는 세월호가 'ㄱ' 자 모양으로 급격하게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지만 식별장치를 분석한 결과 'J'자 모양의 완만한 곡선을 그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상 이 지점에서는 오른편으로 10도 정도 방향을 바꾸는 게 맞지만, 세월호는 사고 당일 오전 8시 49분 37초부터 19초간 오른편으로 무려 45도, 이후 20초 동안에는 22도 바꾸는 등 정상 항로에서 크게 벗어났습니다.
세월호는 이곳 맹골수도에 진입하기 전인 오전 7시 반부터 8시까지 최고 속도인 21노트까지 올리며 과속 운항했고, 조류가 거센 맹골수도를 통과할 때도 평소보다 2노트 이상 빠르게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속 상태에서 방향을 바꾸다보니 균형이 깨졌고 균형을 다시 잡기 위해 추가 변침이 잇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배의 방향을 조정하는 조타기에 기계적인 결함이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만, 그보다는 배가 기울어지더라도 다시 평형을 잡아주는 복원력에 더 큰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전상중/전 해군제독 : 조타기를 많이 돌리느냐 조금 돌리느냐 그 문제도 있겠지만, 조타기를 조금 돌려도 결국은 굉장히 한쪽으로 쏠리는 힘이 커서 복원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 이렇게 보는 거죠.]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세월호 엔진이 어느 순간 꺼진 뒤 배가 북쪽으로 상승하는 조류에 휩쓸리면서 방향이 크게 꺾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영상편집 : 장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