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클래식 음반녹음은 흔히 밀폐된 녹음실에서 이뤄지는 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천년고찰에서 울려 퍼지는 첼로의 선율은 어떤 느낌일까요? 한국적인 공간에서 음악에 우리만의 색깔을 입히는 시도,
권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200년 전 통일신라 때 지어진 천 년 고찰에서 목탁 소리 대신 첼로 선율이 울려 퍼집니다.
첼리스트 박정민이 바흐 첼로 무반주 모음곡 음반을 녹음하고 있는 겁니다.
본격적인 녹음은 신도들과 관광객이 모두 빠져나간 밤 시간, 누각에서 진행됩니다.
자연에서 들려오는 새와 개구리 소리, 오래된 마룻바닥의 울림까지 하나도 거르지 않고 그대로 첼로 선율과 함께 음반에 담깁니다.
[박정민/ 첼리스트 : 녹음실은 모든 게 밀폐되어 있어 공기가 왔다갔다하는 느낌도 없지만, 여기는 소리가 흐름이 있어요, 왕래가 있어요.]
연주음이 목조 건축물을 타고 자연스럽게 울려 퍼지고 안팎의 잡소리도 창호지를 통해 적당하게 걸러지는 겁니다.
이 음반 제작사는 이미 10년 전부터 전국의 한옥과 사찰에서 국악 음반을 만들어 오다 이번에 클래식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녹음 과정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그래미상 음반 부문에도 출품할 예정입니다.
[김영일/ 클래식 음반사 대표 : 세계로 뻗어 나가려면 그걸 뒷받침할 수 있는 좋은 그릇이 필요한데 우린 그걸 손바닥에 담아서 다 흘리고 다니게 생겼다는 거죠.]
한국적인 공간에서 제작한 클래식 음반들이 세계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됩니다.
(영상취재 : 박영일, 영상편집 : 우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