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로의 소음을 막으면서도 전망을 확보할 수 있는 '투명 방음벽'이 뜻하지 않게 새들의 무덤이 되고 있습니다. 투명하다 보니 새들이 보지 못해서 날다가 부딪히는 겁니다.
장훈경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 고잔동의 한 다리 위.
길 위에 새의 사체들이 널려 있습니다.
몸길이 10cm 남짓한 박새부터 물가 근처에 서식하는 물총새, 지난 5월 경기도에서 보호종으로 지정한 노랑때까치도 있습니다.
모두 투명 방음벽에 부딪쳐 죽은 겁니다.
충돌로 다친 듯한 새는 건드려도 도망가지 못합니다.
[문현옥/인천 연수동 : 지저분하고 불쾌하죠. 공무원들이라도 한 번씩 돌아가면서 봐주면서 치워줘야지. 이거 말 안하면 그냥 놔둬. 이거 앞으로도 새가 얼마나 죽겠어요, 겨울에.]
이 투명 방음벽 양옆엔 먹이가 많은 물가와 나무가 많은 공원이 있어 새들의 이동이 잦습니다.
[정예채/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인천지부장 : 물가에서 먹이를 얻고, 공원으로 휴식을 취하러 들어오면서 방음벽에 부딪혀서….]
방음벽이 주변 나무보다 높은 10m 높이의 도로 위에 있어, 나무를 찾아 이동하는 새들이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방음벽에 부딪치는 겁니다.
하지만 이곳은 투명 방음벽이 필요한지 의심이 되는 곳입니다.
이 방음벽은 학교와 아파트로부터 100m 이상 떨어져 있습니다.
소음 피해가 예상되지 않는데, 애꿎은 새들만 피해를 보는 겁니다.
투명 방음벽을 설치하더라도 운전자의 시야 높이까지만 투명하게 만들고, 시야가 닿지 않는 윗부분은 새가 인식하는 색감있는 재질을 덧붙여줘야 한다고 조류학자들은 주장합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 배문산, 최준식, 영상편집 : 위원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