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3대 대선에서 '못살겠다 갈아보자'가 슬로건의 효시
우리 대선 역사에서 슬로건의 효시는 1956년 3대 대선에서 민주당 신익희 후보의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게 중론입니다. 당시 민주당은 이승만 정권의 3선 개헌에 이은 장기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못살겠다 갈아보자'를 내걸고 민심을 파고 들었습니다. 놀란 자유당이 '갈아봤자 별 수 없다'로 맞섰지만 5월 3일 신 후보의 한강 백사장 연설에 30만 명의 인파가 말 그대로 구름처럼 몰려들 정도로 슬로건의 효과는 엄청났습니다.
하지만 신 후보는 이틀 뒤 광주 유세를 위해 타고 가던 열차에서 심장마비로 숨을 거둡니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이렇게 미완의 슬로건이 됐지만 민중들은 신 후보를 추모해 대선 투표지 신익희 칸에 180만 명이나 무효표를 찍었습니다.
92년 14대 대선은 3당 합당으로 여권 주자가 된 김영삼 후보의 '신한국 창조'와 김대중 후보의 '이제는 바꿉시다'가 맞붙었습니다. 당시 김영삼 후보는 '3당 야합'이라는 비판을 '신한국 창조'라는 미래 가치 슬로건으로 정면 돌파했고, 그 결과는 김영삼 42.0% 대 김대중 33.8%, 190여만 표 차이로 김영삼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국민 열망을 관통하다, '준비된 대통령' '새로운 대한민국' '국민성공시대'
5년 뒤 이회창 후보는 '나라다운 나라'를 슬로건으로 대권 재수에 나섭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이번에는 '바보' 노무현 후보에 막혀 분루를 삼켰습니다. 노 후보의 슬로건, 즉 반칙과 특권이 없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민의 바람과 맞아 떨어진 결과입니다.
SNS 시대, 후보의 이미지·삶의 궤적·시대정신과 맞아야 좋은 슬로건
이렇게 대선승리를 이끈 슬로건들은 후보의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시대흐름과 국민의 바람을 파고들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NS 시대인 18대 대선에서는 어떨까요? 전문가들은 트위터 등 단문서비스가 대세인 요즘, 간결하게 잘 만들어진 슬로건은 2, 30대 유권자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슬로건의 여운이 오래 남지는 않겠죠. 후보의 이미지나 삶의 궤적, 그 시대 다수의 갈망과 거리가 있는 슬로건은 한복이 어울리는 사람이 양복을 입고 있는 것처럼 어색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