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날씨에, 서울의 한 쪽방 주민들이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놓였습니다. 건물주로부터 한 달 안에 나가달라는 통지를 받았는데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건데요.
정준호 기자가 주민들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서울 중구의 한 고시원.
한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좁은 공간에 옷과 살림살이가 가득합니다.
보증금 없이 30만 원 안팎의 월세를 내고 사는 이곳 주민들은 다음달이 되면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한 달 전 건물주가 건물이 오래돼 리모델링해야 한다며 한 달 치 월세를 받지 않을 테니 나가 달라고 갑자기 요구한 겁니다.
[A 씨/쪽방 주민 : 한 3개월 전에 그 다음에 언제까지 좀 비워달라 이러면 좋겠는데 저는 뭐 이거 갑작스러운 날벼락이잖아요.]
전기와 가스를 끊겠다고도 공지했는데 주민들이 반발하자 일단 이달 말까지 퇴거 기한이 열흘 연장됐습니다.
20명 정도는 다른 숙소를 찾아 떠났지만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인 11명은 아직 이사 갈 곳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이 고시원은 서울시가 관리하는 '쪽방'으로 분류돼 일부 주민들은 인근 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식권과 생필품을 제공받아 왔습니다.
이런 쪽방으로 가야 혜택이 유지되는데, 비슷한 쪽방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A 씨/쪽방 주민 : 우리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곳이 많아. 우리가 그쪽으로 알아보면 우리 생활비 돈 30만 얼마 가지고 생활 못 해요.]
고령에 거동이 불편한 주민은 이사 갈 집을 알아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돕는 시민단체는 현행법상 한 달 전 퇴거 통보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건물주와 서울시가 이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시는 시가 관리하는 쪽방 가운데 주민들이 이주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해주고, 건물주의 퇴거 요구가 적법한지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양지훈, 영상편집 : 전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