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국가도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국가가 원료 물질의 유해성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국민의 건강을 해친 책임이 있다고 본 겁니다.
한성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인체에 무해하며 흡입 시에도 안전', 유독성 물질이 든 가습기 살균제는 '무독성'을 강조한 이런 홍보 문구와 함께 팔려나갔습니다.
지난 2003년 국립환경연구원이 원료 물질인 PGH 성분에 대해 '유독물 등에 해당하지 않는 화학물질'이라고 고시하는 등 정부의 규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난달까지 모두 1천847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피해자 5명은 이런 제품이 팔리도록 방치한 국가를 상대로 10년 전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2016년 1심은 살균제 제조사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도, 국가의 책임은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자료 등을 근거로, 환경부가 PHMG와 PGH 성분 물질이 공기 중에 분무될 때 등의 유해성을 충분히 심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공표해 국가가 안전성을 보장한 것과 같이 보이게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10년 가까이 유독 물질을 방치한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송기호/변호사 (피해자 측) : 사법부가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국가에 의해서 일어났다, 또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한 (판결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배상금 산정은 이미 받은 정부 지원금을 고려해야 한다며 원고 중 3명에게만 300~500만 원의 위자료를 책정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박정삼, 디자인 : 조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