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하루아침에 가족이나 친구를 떠나보낸 사람들은 또 다른 고통에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쏟아지는 막말과 혐오 때문입니다. 저희 데이터 저널리즘팀이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와 이태원 기사에 달린 댓글 3백30만 개를 분석해 봤습니다.
배여운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혈세에 빨대 꽂아 빨아먹는다" "징글징글하게 우려먹는다" "표 팔이다" 세월호 관련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성 댓글입니다.
2014년 참사 발생 이후 10년간 13개 주요 매체의 세월호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은 330만 건이 넘습니다.
이 중 10%를 무작위로 추출해 악성 댓글 데이터를 학습시켜 만든 알고리즘으로 분석했더니 약 31%가 악성 댓글로 나타났습니다.
악성 댓글은 사고 첫해에 가장 많았습니다.
기사가 많다 보니 그런 건데 다음 해 그 수는 급감합니다.
그런데 기사 수는 줄어도 악성 댓글은 5주기를 지나 2020년까지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시기별로 악성 댓글에서 많이 등장한 단어를 살펴봤습니다.
사고 첫해에 많이 나온 키워드는 선장, 해경, 구조, 공무원, 무능 등입니다.
무능한 정부 신뢰할 수 있을까, 해경 짜증 난다, 세금 아깝다 같이 주로 정부의 대응을 질책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참사 5주기 전후로 댓글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쓰레기, 재앙, 빨갱이, 왜구 등 세월호와 관련 없는 단어들이 대거 나옵니다.
올해는 총선과 맞물려 표현이 더 격해지고, 정치색도 진해집니다.
시체팔이, 좌파, 선동, 선거 등이 대표적인데 선거에 세월호를 이용하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이태원 참사 기사 댓글도 비슷합니다.
악성 댓글 6만 7천여 개를 분석한 결과, 정치적 공방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고 최근 성소수자를 향한 막말과 혐오 표현이 늘어난 게 세월호 기사 댓글에서는 볼 수 없던 특징으로 나타났습니다.
혐오와 막말은 극복과 치유를 위한 피해자들의 노력을 무너뜨립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고 이재현 군은 트라우마와 악성 댓글 등에 시달리다 159번째 희생자가 됐습니다.
[문연옥/故 세월호 희생자 이태민 어머니 : 아이들을 팔아서 살아가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할 때면 너무 힘들죠.]
지난해 1월 사회재난 뉴스에는 댓글 창을 없애는 법안이 발의됐는데 표현의 자유, 댓글의 순기능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에 막혔습니다.
[정찬승/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이사 : 피해자들은 이걸로 인해서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거나 심한 경우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같은 질환을 겪을 수 있다라는 걸 잘 이해를 시키고.]
악성 댓글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알리는 문구를 기사와 함께 게재하거나 2차 피해가 우려될 때는 댓글을 제한하는 방법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영상편집 : 이상민, 디자인 : 김한길, 데이터분석 : 신예진)
▶ 세월호 10주기 추모 문화제…돌아온 봄, 생존자들의 기억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