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립형·일부 준연동형, 사실상 비례 의석 수 차이 없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아야 1석 차이입니다. 위 표는 이번 총선 개표 결과에 각각 2016년과 2020년 총선 당시 시행된 공직선거법 규정을 적용했을 때 산출되는 정당별 비례 의석 수입니다.
먼저 가장 단순한 2016년 총선 기준에 이번 총선 득표율을 반영해봤습니다. 민주당 비례 의석수는 13석, 국민의힘 비례 의석수는 19석으로 이번 총선의 14석, 18석과 1석 차이밖에 나지 않습니다. 소수 정당 의석 수는 아무 차이 없습니다. 병립형 비례 대표 선거제에서는 위성 정당을 만들 유인이 없기 때문에 편의상 민주당과 국민의힘 위성 정당 득표율을 각 당 득표율로 가정하고 계산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선거구 획정 문제로 비례 대표 의석수를 기존 47석에서 46석으로 줄였기 때문에 총 비례 의석수 역시 46석으로 가정했습니다.
준연동형 비례제가 적용된 2020년 총선 기준으로 비례 의석 수를 계산해보면 이번 총선 결과와 완전히 같습니다. 민주연합 14석, 국민의미래 18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2석 순입니다.
병립형보다 나쁜 위성 정당…손질하거나 없애거나
가장 단순한 병립형부터 가장 복잡한 2020년 일부 준연동형제까지, 계산 방법만 다를 뿐 결과는 사실상 같습니다. 위성 정당 때문입니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지역구를 사실상 나눠가지는 양당이 비례 의석까지 휩쓸어가니 원내에 다양한 목소리가 줄어든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애초에 계산 식이 지역구 의원을 많이 배출하는 정당은 비례 의석을 덜 가져가게 설계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역구 후보를 아예 내지 않는 위성 정당을 만들어 표를 가져가니, 오히려 한 두 곳이나마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는 군소 정당보다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됩니다. 역설적으로 군소 정당이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겁니다.
제도 취지가 아무리 좋다 한들 거대 양당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없는 셈 칠 수 있다면, 그 좋은 취지는 결국 정치적 수사로 활용된 뒤 버려질 뿐입니다. 군소 정당 입장에선 병립형의 탈을 쓴 준연동형제가 기존 병립형보다 더 불리합니다. 작은 정당이 거대 양당 위성 정당 때문에 비례 의석 수 손해를 보는 사례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을 보장하고, 민의를 폭넓게 수렴하겠다며 만든 준연동형 비례제, 과연 그 이름값을 하고 있는 걸까요?
역대 총선 비례 의석 수 계산 방식을 아래 소개합니다. 공직선거법 조항 발췌했습니다.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필요한 숫자를 넣으면 위 기사 본문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아래 조항에서 '의석할당 정당이 추천하지 않은 지역구 국회의원'이란 의석 할당 정당이 아닌 정당에서 배출한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말합니다.
'의석 할당 정당'이란 비례 대표 선거에서 유효투표총수의 3% 이상을 득표했거나 지역구에서 5석 이상을 얻은 정당을 말합니다. 보통 3% 비례 득표율을 얻으면서 지역구 5석을 못 내는 정당은 있어도, 지역구 5석을 배출하면서 3% 비례 득표율을 못 넘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때문에 지역구 조건은 거의 언급되지 않습니다. '의석 할당 정당'이 되는 기준을 '3% 룰'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각 현행 공직선거법 및 공직선거법 연혁·부칙 일부 발췌
1)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계산식
2) 21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제 계산식
3) 20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제 계산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