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홍콩 지수에 연계해서 이익과 손실이 결정되는 금융상품, ELS는 지난해 말 기준 계좌만 40만 개, 19조 원 가까이 팔렸습니다. 그런데 굳건할 줄 알았던 홍콩 지수가 중국 경제 위기에 3년 전의 절반으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올해 들어 1조 2천억 원의 손실이 이미 확정됐고, 앞으로 6조 원 가까이 손실이 불어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은행에서 이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투자자 민원이 잇따르자, 당국은 전수검사에 나섰는데, 여러 불완전 판매 관행이 확인됐습니다.
먼저, 안상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자신과 가족 앞으로 5억 원 넘게 홍콩 ELS 상품에 가입한 A 씨, 손실 난 적 없다는 설명에 신뢰가 갔습니다.
[A 씨/홍콩 ELS 가입자 : 상환이 안 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그랬기 때문에 보험조차 해약하고서 갖고 오라고 그랬었거든요.]
1억 원 넘게 넣은 B 씨도 같은 설명을 들었습니다.
[B 씨/홍콩 ELS 가입자 : '중국이 망하겠냐?'부터 시작해서 '손실 위험이 없고 나라가 망하지 않은 이상 손실은 절대 안 난다.' 이렇게 얘기 한 거죠.]
홍콩 H 지수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불과 1년 만에 1/4 수준으로 폭락했는데, 은행에서는 이 기간을 빼고 금융위기 이후 10년을 손실 위험 분석 기간으로 정했습니다.
설명 의무 위반입니다.
[이세훈/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 과거 금융위기 때나 이런 위기 상황을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손실 위험이 제로(0)로 고객들한테 설명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위험 회피 성향의 투자자에게도 판매할 수 있도록, 거래 목적이나 재산 상황 등 필수 고려 항목을 누락하거나 점수가 배정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고령층에 대한 설명 부족과 대리 가입도 다수 확인됐습니다.
[C 씨/홍콩 ELS 가입자 : 우리같이 고령자고 금융 지식이 없고 이런 사람이면 은행에서도 절대 가입을 시키면 안 되게 돼 있어요. 그런데 그런 걸 다 무시하고 가입을 시킨 거예요.]
불완전판매를 더 부추긴 건, 전사적인 영업 실적 경쟁.
H지수 변동성이 커진 시기에도 ELS 상품을 많이 판매할수록 높은 성과 점수를 받도록 독려했습니다.
[이복현/금융감독원장 : 고객 손실 위험이 커진 시기에도 판매 한도 관리를 하지 않거나 판매를 독려함으로써 불완전 판매를 조장한 측면이 컸습니다.]
과거 DLF 사태 이후에도 고위험 상품의 은행 판매를 허용하고 관리 감독에 소홀했던 금융당국 책임론도 제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판매사에 대한 제재 절차와 함께 고난도 상품 판매 규제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 영상편집 : 김진원, 디자인 : 방명환·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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