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사업장에 휴게실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쉴 공간이 하나도 없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산업단지 안에 있는 영세 작업장이 심각한데, 휴게실이 없어서 청소도구함에서 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조을선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소변기 바로 옆에 의자와 정수기가 놓여 있습니다.
누군가 믹스커피를 마신 흔적도 보입니다.
쓰레기까지 쌓아 놓은 이 곳이 이 사업장의 유일한 휴게실입니다.
또 다른 사업장의 휴게실은 청소도구 보관실입니다.
곳곳에 곰팡이까지 슬었습니다.
[인천 부평산단 노동자 : 곰팡이 냄새가 매우 심해서 거기서 진짜 한 15분, 10분만 있어도 머리가 너무 아파서….]
경기도 시화·반월공단에 찾아가봤습니다.
작업장 밖에 놓인 의자에서 한숨을 돌립니다.
공장 안에 쉴 만한 곳은 탈의실 뿐인데, 이마저도 이용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반월·시화산단 노동자 : 탈의실이라고 남자 여자 분리도 안 돼 있고, 서로 이제 눈치만 보다가….]
그래서 주변 편의점이 제일 인기라고 합니다.
[반월·시화산단 노동자 : (여기가 제일 좋은 휴게실인가요?) 명당이에요, 명당. 여기가.]
건강을 챙기기는커녕 안전사고 걱정을 떨치지 못합니다.
[반월·시화산단 노동자 : 잠깐 이렇게 조는 사이에도 사고 나고 그러니까.]
지난해 8월부터 모든 사업장에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영세 사업장이 몰려 있는 산업단지에는 여전히 휴게실 없는 작업장이 이렇게 많습니다.
정부가 480여억 원의 예산을 편성한 산업단지 시설 개선 사업에서 공동 휴게시설도 지원 대상이지만, 우선 순위에 밀려 올해 지원 실적은 한 곳도 없습니다.
[박준성/법무법인 여는 노무사 :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바로 직결이 되는 문제거든요. (예산) 집행이 되고 있지 않다는 건 결국 정부의 의지 문제라고….]
고용노동부는 SBS에 "산단 관리 주체들에게 공동 휴게실 지원 신청을 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전경배, 영상편집 : 최혜란, 화면제공 : 월담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