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범행 과정에서 '업(UP) 감정'을 의뢰받고 감정평가서를 발급해 준 브로커와 감정평가사 등 76명이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2022년 1월쯤부터 지난 2월쯤까지 특정 금액으로 감정평가를 요구한 브로커와 이를 수락해 감정평가서를 발급한 감정평가사 42명을 어제(19일)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업감정'은 전세사기를 위해 브로커들이 감정평가서의 감정평가액을 높이는 행위(UP)를 뜻하는 은어입니다.
범행 가담자들은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자기자본 없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주택을 매수하고 범행 가담자들이 수익을 나누기 위해 감정평가액을 높이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발급한 감정평가서는 임차인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기 위한 서류로 쓰였습니다.
전세사기 일당이 감정평가 브로커들에게 업감정을 의뢰하면 브로커들은 감정평가사들에게 누리집, 소셜미디어 등으로 희망하는 평가금액을 요구했습니다.
요구하는 평가금액을 잘 맞춰주는 특정 감정평가사들은 브로커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서 집중적으로 감정평가를 의뢰받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전세사기 피의자 A 씨 수사 과정에서 이런 '업감정'이 은밀히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희망하는 특정 금액으로 감정평가를 받아오면 브로커는 컨설팅업자 등에게 100만 원에서 1,000만 원의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감정평가사들은 그 대가로 감정평가 법정수수료의 일정 비율을 인센티브로 받았습니다.
이렇게 발급된 평가서 중 상당수는 실제 전세사기에 활용됐습니다.
경찰은 A 씨가 관리한 임대사업자에 대한 수사도 병행했습니다.
2019년 6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서울 강서구, 양천구, 인천 등 주택 28채를 매수한 뒤 세입자 28명에게 보증금 59억 원을 반환하지 않고 빼앗은 피의자 B 씨를 지난 7일 구속 송치했습니다.
이 범행에 가담한 분양업자, 부동산업자 등 33명은 지난 13일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경찰은 연루된 자격증을 부당하게 쓴 감정평가사와 브로커에게 대가를 받은 대출모집인 등을 행정처분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에 의뢰했습니다.
또 이들이 대가로 주고받은 금품은 몰수·추징보전을 신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