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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된다는데 슬그머니…국회 편법 예산, 올해도 2조↑

<앵커>

SBS 데이터 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 5천 장 넘는 지난해 국회 예산 심사 회의록을 모두 살펴봤습니다. 아예 논의한 흔적이 없는 깜깜이 심사, 예산 편성 지침은 물론 법을 어긴 경우까지 고질적인 문제가 여전했습니다. 내일(25일)까지 이틀에 걸쳐서 그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정혜경, 손형안 기자입니다.

<기자>

전주시가 지난 2016년, 정부 예산을 확보해 짓고 있는 지식산업센터입니다.

올해 완공이 목표.

지식산업센터는 영세 지역 사업가들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정부가 매년 신규 사업지를 선정합니다.

건립 비용의 최대 70%를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입니다.

그래서 전국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매해 이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애씁니다.

그런데 전주에는 이런 곳이 몇 개 더 들어섭니다.

이 건물 바로 옆에 또 다른 지식산업센터를 위한 예산이 올해 또 배정됐습니다.

2016년부터 시작돼 앞으로 완공될 센터만 3곳.

모두 500억 원 가까운 나랏돈이 전주에 지원됩니다.

[사업 관계자 : 이런 사업은 집적화가 돼 있어야 업체들이 모여서 서로 융합을 해서 효과가 나오는 거지. (예산) 소위에서는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인정을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통과되기 쉬운 예산은 아니었습니다.

부지를 확보했는지, 이전에 지원을 받은 적이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선정하는데 국회 예산 심사 첫 회의에서 중소기업벤처부는 이미 짓고 있는 센터와 번지수까지 같다며 난색을 표합니다.

하지만 논의 기록을 남기지 않는 회의를 통해 전주가 최종 사업지로 결정됐습니다.

이곳을 지역구로 둔 정동영 의원은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잇따른 질의에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업 비용은 국가균형 발전 예산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그런데 취지가 무색하게도 한 지역에 사업이 몰리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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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기도 구리시 아천 빗물펌프장에 나와 있습니다.

노후배수펌프 교체 목적으로 예산이 배정된 곳입니다.

전체 들어가는 돈은 4억 원, 재해위험지구 안에 있는 오래된 시설을 고치라는 용도입니다.

[빗물펌프장 관계자 : 저희가 상태 확인해서 안 좋은 것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 순차적으로 (교체)해 나가는 거예요.]

그런데 정작 구리시는 지난 2005년 재해위험지구에서 빠졌습니다.

심사 과정에서 정부는 관련 법규상 예산을 반영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런데도 슬그머니 예산안에 포함됐습니다.

이 지역 윤호중 의원은 의정 활동 목록에 빗물펌프장 사례를 적어놨습니다.

[구리시 관계자 : 국회의원이 지역 발전을 위해서 세부적인 내용을, 노력을 한 것으로만 알고 있고요.]

적절성 논란이 불거지자 윤 의원 측은 예산 편성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 등을 행사한 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렇게 원칙과 지침을 위반하거나 법을 어긴 채 편성된 올해 예산은 모두 71가지, 2조 1천억 원 규모입니다.

정작 필요한 곳의 예산은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입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이승희·박지인, VJ : 정영삼, CG : 송경혜·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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