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헌법 개정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전역에 설치된 평화헌법 기념비가 100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카이치 내각과 일본 우익들이 '전쟁포기'를 핵심으로 한 평화헌법(헌법 9조) 규정을 고쳐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려는 야욕을 보이는 상황에서 평화헌법을 지키려는 일본 시민들의 움직임도 커지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평화헌법 규정이 새겨진 '헌법 9조의 비'는 지난달 말까지 95곳에 설치돼 있었으며, 헌법 공포 80년을 맞은 이날 6곳에 새로 더 설치돼 100개를 넘게 됐습니다.
헌법 9조는 ▲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1항·전쟁 포기) ▲ 육·해·공군, 그 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전력 보유 금지) ▲ 국가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교전권 보유 금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만들어진 헌법의 핵심이지만, 우익 세력을 중심으로 개헌 시도가 끊이지 않아 왔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월 자민당 전당대회에서 내년 2월 전당대회를 발의 일정 가시화의 목표 시점으로 제시하며 개헌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자민당 정권 등 일본 정계가 그동안 꾸준히 개헌 시도를 해온 상황에서 이에 맞서기 위해 시민들이 '호헌'(개헌 반대)의 메시지를 담아 세운 것이 헌법 9조의 빕니다.
헌법 9조의 비는 1985년 오키나와 나하시에 처음 만들어졌고 6년 뒤 히로시마에도 세워지면서 점차 확산됐습니다.
이후 매년 1~2개씩 만들어지다가 2022년 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동아시아일지도 모른다"고 말한 뒤 급증했습니다.
그해 말 기시다 정권이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해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 도입의 근거를 마련하자 위기감을 느낀 시민들이 헌법 9조의 비 설치로 대응한 것입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새로 설치된 헌법 9조의 비는 모두 44개나 됩니다.
헌법 9조의 비를 조사해 온 저널리스트 이토 치히로 씨는 "헌법 9조의 비 건립이 최근 수년간 급증하고 있다"며 "(개헌 추진과 방위력 강화에) 위기감을 느낀 사람들이 헌법 9조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비 건립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8월 고베시 주택가에 헌법 9조의 비 설치를 주도한 시민 이케미 히로코 씨는 아사히에 "(태평양전쟁 당시) 대공습을 경험한 친척 어른의 이야기를 듣고 두 번 다시 이런 전쟁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쟁 경험자가 사라지면서 평화주의까지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에 무서워졌다"고 비 건립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