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차 사고 현장
스페인 마드리드 남부에서 현지시간 28일 고속열차끼리 추돌해 현재까지 총 68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쳤습니다.
현장 정리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고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도 있어 사망자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2013년 스페인 열차 참사 이후 유럽 철도에서 발생한 최악의 인명 사고로, 스페인 정부는 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습니다.
AFP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사고는 오전 9시 직전 마드리드 남부 톨레도주 우르다 인근에서 발생했습니다.
스페인 수도와 남부 안달루시아를 잇는 고속철로 하행선에서 국영 철도회사 렌페 AVE 기차가 민영 이리오 기차의 후미를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객차 여러 칸이 선로에서 이탈해 둑 아래로 굴러 떨어졌습니다.
두 기차에는 모두 540여 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카스티야라만차 광역자치주에 따르면 집계된 사망자는 68명, 부상자는 100명을 넘습니다.
부상자 중 58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이 중 15명은 위중한 상태입니다.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두 기차엔 한국인 10명도 타고 있었고 이 중 2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스페인 교통 당국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자동 제어 시스템의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사고 지점을 포함한 69㎞ 구간의 모든 열차 운행이 중단된 상태에서 발생했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렌페 기차가 운행을 재개했고, 25㎞를 주행하다가 멈춰있던 민영 기차를 들이받았습니다.
당시 렌페 기차의 주행 속도는 시속 200㎞에 달했을 걸로 추정됩니다.
오스카르 푸엔테 교통장관은 취재진에게 렌페 기차의 운행 재개 결정은 "관제센터의 몫"이라며 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렌페도 성명에서 "렌페 기차는 지시에 따라 운행을 계속했고 충돌이 일어났다"고 밝혔습니다.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사고 현장을 찾은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오늘 스페인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며 29일부터 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습니다.
산체스 총리는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를 약속하며 올해 들어서만 두 건의 대형 열차 참사가 발생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1월 안달루시아주 코르도바도 아다무스 인근에서도 두 대의 고속열차가 충돌해 46명이 숨지고 150명 이상 다쳤습니다.
스페인의 고속철도망은 총연장 3천900㎞를 넘는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그러나 종종 대형 인명 피해를 낳는 참사가 발생해 스페인 철도 안전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013년에도 북서부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인근에서 고속열차 사고가 나 80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쳤습니다.
사망자 규모로만 놓고 보면 이날 사고는 그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기차 사고 중 최악의 참사입니다.
다음 달 29일 조기 총선을 앞둔 산체스 총리에게는 대형 악재입니다.
산체스 총리가 속한 사회노동당(PSOE)은 현재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보수 성향의 국민당(PP)에 밀리고 있어 총리직을 빼앗길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극우 정당 복스(Vox)의 지지율도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복스를 제외한 스페인 주요 정당은 국가 애도 기간을 맞아 선거 운동을 중단했으나 야권은 철도 등 국가 기반 시설 관리 문제를 고리로 사회당 정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집권을 노리는 국민당은 엑스(X) 계정에 "이제 그만"이라는 메시지를 게시했습니다.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대표는 "스페인 국민은 자국의 인프라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며 정부의 설명과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복스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는 산체스 정부를 "범죄 조직"이라고 맹비난한 뒤 "우리는 공공 인프라와 서비스의 노후화를 고발하는 우리의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