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이란이 미국의 고강도 경제 제재를 우회해 중국과 '물물교환' 방식의 비밀 무역망을 구축하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물품을 사들였다고 로이터 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중국에 원유를 공급하고, 현금 대신 중국산 수입품 구매용 '크레딧'(신용)을 받는 비밀 메커니즘을 가동해 왔습니다.
지난 1년간 특수목적법인(SPV)을 거쳐 오간 거래 규모는 20억∼25억 달러(약 2조 7천억∼3조 4천억 원)에 달합니다.
거래는 미국의 감시망이 닿는 국제 금융망을 완전히 배제한 채 이뤄졌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중국 국영 석유기업 대리인이 중국 내 미확인 금융사인 '추신'에 원유 대금을 예치하면, 이 중 약 70%는 이란 내 인프라 건설 자금으로 사용되고 나머지 30%는 양국 정부 산하 기구가 관리하는 SPV로 넘어가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란은 이 자금을 활용해 의약품과 차량, 통신 장비 등 민수 물자뿐 아니라 수백만 달러 상당의 방공 장비 등 군수 물자까지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보도는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경제적 왕따 작전'을 선언하고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본격화한 시점에 나와 주목됩니다.
앞서 미 재무부는 각국에 "이란과의 거래를 끊지 않으면 미국 주도의 달러 결제망에서 영구 퇴출당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하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중국과 이란의 이번 우회 거래는 이 같은 미국의 제재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설계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국 상무부와 이란 중앙은행의 통제 아래 중국 수출업체에 대금이 지급되는 구조를 만들어, 중국 기업들이 이란과 직접 거래한 흔적을 남기지 않은 것입니다.
안드레아 기셀리 영국 엑서터대 강사는 "중국이 미국의 제재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점을 과시하면서도, 문제가 생겼을 때 발을 뺄 수 있는 '그럴듯한 부인' 여지를 확보하려는 전형적인 회피 전략"이라고 짚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로이터에 "이런 상황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유엔 안보리 승인이 없는 일방적 제재에는 일관되게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