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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중박 전시에 나온 '일반시국은' 유묵…"'친일파' 박중양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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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로 소개한 전시품이 친일파로 알려진 동명이인의 작품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시가 공개된 지 한 달이 지나 외부 제보를 통해 문제를 인지한 데다 검증 절차에 미흡했던 부분이 확인돼 박물관이 체면을 구겼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들의 밥상' 특별전에서 소개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 유묵은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오늘(7일) 밝혔습니다.

유묵은 생전에 남긴 글씨나 그림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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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일반시국은' 유묵 모습

'일반시국은' 유묵은 임진왜란 때 가장 먼저 승병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진 영규대사(?∼1592)가 말한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다'라는 뜻을 담은 글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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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자 형태의 유묵 한편에는 '한인(韓人) 박원근'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박물관은 이 작품을 충북 보은 출신 박원근 지사의 글씨로 소개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가족이 전시실에서 무릎 꿇고 흐느껴 우는 사진이 공개돼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개막 한 달여 만인 지난달 10일 '박원근'이란 이름이 박중양이 과거에 쓰던 이름이라는 제보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전시에서 철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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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시국은' 유묵

해당 유묵은 개인 소장품으로 과거 경매에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물관은 서예·근현대사·고문헌·보존과학 분야 전문가 7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유묵을 검증한 결과, 박중양이 일본 유학 시절 남긴 글씨로 판단했습니다.

박물관 측은 "'일반시국은' 유묵과 박중양의 필적을 대조한 결과, 획 처리 방식에서 유사한 특징이 확인돼 박중양의 필적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작품에 남은 인장, 즉 도장 역시 박중양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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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묵 글자와 박중양의 조선시보 글씨 비교

예를 들어 머리 부분에 찍는 두인(頭印)에는 1932년 말 서예가 김태석(1874∼1951)이 박중양에게 새겨준 것으로 알려진 인장 문구와 일치하는 내용이 확인됐습니다.

유묵에 쓰인 '한인'이라는 표현은 대한제국 시기 일본으로 유학 간 학생이나 방문자가 외국인, 즉 일본인 앞에서 국적을 밝힐 때 쓴 말이라고 박물관은 설명했습니다.

박물관 관계자는 "박중양은 대한제국기인 1896년부터 1903년까지 일본에 유학 간 것으로 확인된다"며 "'한인'이라는 표현을 쓴 시기, 정황과 맞아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일반시국은' 유묵과 비슷한 서체와 도장이 남은 작품도 여럿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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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에 공개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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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포함해 해외 경매 업체 누리집에 공개된 서예 작품 중에는 '박원근'이란 이름으로 된 글씨가 있었으며, 일본인에게 써준 작품도 있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박중양 관련 기록에서도 글씨의 존재를 추정했습니다.

박물관은 "(박중양이) 박원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일본 유학 시절에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휘호를 팔아 경비를 충당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논란이 된 전시품과 해외에서 유통되는 서예 작품이 이와 관련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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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인의 식문화, 즉 K-푸드의 원형과 역사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고자 마련됐으나 전시품의 검증 절차가 부실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내에 서예 전공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물관은 "박원근 지사의 유족께 조사 경위와 결과를 설명하고 거듭 사과드릴 예정"이라며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물관은 앞으로 근현대사 분야 전문가 자문 등도 확대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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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누리집에 게시한 사과문

유홍준 관장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은 박물관이 국민 앞에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데 이에 대해 미흡했다"며 재차 사과했습니다.

유 관장은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송구한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 전시품 검증 절차를 더욱 강화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고신문 아카이브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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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규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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