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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ABC는 잊어라…김민석의 ABC 플랜 [이브닝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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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늘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임기 첫날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2월 총리 시절 "당대표가 로망(roman)"이라고 했던 그가 반년 만에, 길게는 2002년 민주당을 탈당한 뒤 낭인 시절을 거쳐 24년 만에 꿈을 이뤘습니다. 김 대표는 현충원 방명록에 '민주당이 대한민국 황금시대의 기관차가 되겠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집권 여당 대표로서 황금시대를 어떻게 끌어갈지, 김 대표는 어제 대표 수락 연설에서 세 가지 추진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먹고사는 민생 정치, 크고 넓은 덧셈 정치, 유능한 정치', 영어로는 'Affordability, Broad, Competence'의 ABC 플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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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지 과제..'부동산 세제 개편안' 조정 능력 첫 시험대

ABC 플랜의 첫 번째 A, '먹고사는 민생정치(affordability)'는 정책 용어로는 주거비, 물가, 생활비 등을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걸 의미합니다. 김 대표가 가장 먼저 맞닥뜨릴 'affordability' 현안은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될 전망입니다. 당장 오는 일요일(23일), 김민석 체제에서 처음으로 고위 당정청 협의회가 예고됐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김 대표가 전당대회 막판에 우려를 표명한 비거주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문제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SNS에서 "양도세에 있어 1주택 비거주자의 보유 공제를 폐지하는 것은 시가 12억 원 이상 1주택 비거주자들에게는 사실상 증세인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임차인 퇴거 강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사실상 재검토를 주장했습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수도권과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고,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꼽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는 김 대표로서는 정책 조정 능력을 보여줄 시험대입니다. 정부안이 투기적 장기보유 혜택을 줄이려는 취지라면 당은 좁게는 투기성 비거주와 불가피한 비거주를 구분할 구체적인 기준을, 넓게는 전월세 시장에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하는 해법까지 제시해야 합니다. 전당대회 경쟁자였던 친명계 송영길 의원도 "부동산을 잘못 다뤄서 국정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며 "1인 1가구 1주택 종부세 양도세 해봤자 1조인데 왜 1조에 목숨을 걸려고 그러냐"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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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민심은 역대 민주당 선거의 '아킬레스 건'이었다는 점에서 김 대표가 내건 재신임 지표와도 맞닿아 있다는 관측입니다. 김 대표는 지난 9일 강원지역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내년에 강릉 국회의원 보선과 서울시장 선거가 거의 정해져있다. 당 대표가 되면 서울시장 선거에 승리하고 강릉 보선에서 최상의 결과를 내고 그 결과에 대해 당원들께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후속 법안 134개..피해자 보호 어떻게?

경제 현안과 함께 김 대표가 마주할 과제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후속 입법입니다. 지난달 31일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이와 연관된 후속 입법이 필요한 법안은 134개에 이릅니다. '더 좋아진 형사소송법'이라는 민주당 내 자화자찬에도, 법조계는 물론이고 친여 성향 시민단체들까지 보완 입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전 국무총리로서 8개월 넘게 검찰개혁추진단을 지휘했습니다. 당시 김 총리는 별도 정부안을 내지 않고 국회 논의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후보와 '누가 더 잘못했나' 공방도 벌였습니다. 정부안 미제출을 놓고 박찬운 전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은 "책임정치의 실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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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집권 여당 대표로서 김 대표는 다음의 질문에 답해야 할 때입니다. 비대해질 경찰 수사를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 피해자가 부실 수사를 호소할 때 어디에 기대야 하는지, 수사기관 사이 사건 떠넘기기와 이에 따른 피해자 법률비용 증가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등입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피해자가 성범죄 가능성을 호소했지만 초동 수사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항소심 과정에서 검찰의 추가 감정과 보완수사를 통해 강간살인미수 혐의가 인정된 대표적 사례입니다. 범죄 피해자가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더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집권 여당은 실제로 보여줘야 합니다.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여당 개입 시 정치적 발화력 ↑

정책과 법안의 범위를 뛰어넘는 뜨거운 감자와 같은 현안들도 있습니다. 먼저 대통령 관련 사건 공소취소 문제입니다. 뜨거운 감자라는 표현을 썼는데, 성과로 인정받기는 어려운 반면 논란은 커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전당대회 경선 기간 김 대표는 공소취소와 관련해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 조작기소가 명확하면 그 순간에 취소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 측근도 "조작기소가 확인된다면 조작기소를 바탕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국가기관이 조작된 수사와 기소를 했다면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를 바로잡는 것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과 관련된 여러 사건이 법무부 자체 위원회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는 상황에서 여당의 추가적인 개입은 정치적 발화력을 극도로 높일 겁니다. 야당은 물론이거니와 범여권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앞서 친명계 의원 중심으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 모임'이 결성된 바 있는데, 민주당 지지층을 ABC(가치중심 전통 지지층, 이익 중심 뉴이재명층, 교집합)로 나눴던 유시민 작가는 '미친 짓'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4년 연임·중임제? 여권 내에서도 이견 분분한 개헌

이 대통령과 야당 의원과의 골프 회동 이후 쏘아올려진 개헌 의제도 집권 여당 대표에게 난제입니다. 김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론처럼 '대통령 연임제 또는 중임제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해왔고, 여야 이견이 적은 부분부터 순차적으로 개헌을 처리하자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권력구조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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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단임제의 한계, 대통령 책임정치의 단절, 지방분권과 기본권 강화, 헌법기관 개혁 문제는 오래된 숙제입니다. 특히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처럼 이미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논의된 사안도 있습니다. 문제는 개헌의 내용 가운데 요즘은 권력구조 개편, 특히 연임이나 중임제 등 임기 문제가 도드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권력구조 개편이 현직 대통령 임기와 연결되는 순간, 야권은 장기 집권 논란을 제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헌법상 현직 대통령에게 임기 연장이나 중임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국회 의석수에서 야권이 개헌저지선(100석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지만 정치적 의심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더구나 개헌 논의를 주도할 여권 내에서조차 중도 확장론, 구조적 다수론, 재건축론이 혼재하면서 의견 통일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제도 설계의 문제라면, 공소취소 논란은 그 제도가 현직 대통령 관련 사건과 맞물릴 때 발생하는 정치적 신뢰의 문제입니다. 여기에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론까지 더해지면서 김 대표는 법치와 정치적 이해 사이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마지막은 당내 갈등..'멸칭'과 '파묘' 넘어 통합 이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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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과제는 앞선 4가지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제일 수도 있습니다. 바로 'B(broad)'에 해당하는 당내 통합입니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정청래, 송영길과 함께 뛸 것"이라며 "제가 그 장을 넓게 열고 함께 모실 것"이라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러는 한편으론 "민주당을 바꾸겠다. 언어도 정책도 태도도 문화도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합의 메시지로 당내 갈등 봉합에 나서면서도 당내 경쟁 문화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인식도 함께 드러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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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역대 어느 때보다 격한 양상으로 진행됐습니다. 김민석, 정청래 후보측 사이에선 공공연히 서로에 대한 '멸칭'이 오갔고, 과거 언행을 파헤치는 '파묘'도 뜨거웠습니다. 오죽하면 문재인 전 대통령마저 영상 축사에서 "이대로 가면 큰 일, 이번 당원 대회를 바라보며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라고 걱정했습니다.

통합에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건 전당대회 결과로도 나타납니다. 김민석 대표는 1차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한 뒤 선호투표제로 송영길 후보의 지원을 얻은 끝에 54.08%를 얻었습니다. 친명계와 호남 권리당원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치러진 전대였지만, 1년 전 정청래 전 대표가 얻었던 61.74%보다 낮은 득표율입니다. 또한 지도부 구성에서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친청계입니다. 이 대통령이 분신과 같은 사람이라고 했고, 김 대표도 막판 지지를 호소했던 김용 후보의 낙선은 더 뼈아플 것입니다. 정청래 의원은 패배 후 라이브 방송에서 "정청래는 졌지만 정청래 지지자들은 이겼다. 결과적으로 정청래가 숫자로 졌지만 정청래가 주장한 것까지 진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자신을 지지한 45.92%의 당심과 민심에 기댄 발언이며 노선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는 예고로도 들립니다.

김 대표의 '로망'은 실현됐지만 이제부터는 숙제의 시작입니다. 부동산과 증시에서는 시장이 납득할 조정안을 내놓아야 하고, 형사소송법과 공소취소 문제에서는 절차적 신뢰를 확보해야 합니다. 개헌은 합의 가능한 의제부터 차분히 쌓아야 하고, 당내 갈등은 통합과 쇄신을 함께 끌고 가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C(competence, 유능함)'로 증명해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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