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뜨겁습니다. 불가마, 한증막, 이런 표현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뜨거운 햇빛 속에서도요, 거리를 지나면서 잘 살펴보시면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앞 길가에 나와있는 생수병 더미가 눈에 띕니다. 매장 실내에 보관할 장소가 부족하다 보니 바깥에 내놓는 건데요.
편의점 직원
(생수가) 아무래도 자리도 차지하고 (매장 내) 통행에 불편할 수도 있고 (그러니까) 보통 밖에 다 빼놓는 걸 기본적으로….
요즘 같은 심각한 더위와 강렬한 햇살에 노출된 생수, 괜찮을까요? '생수 페트병의 직사광선 노출' 문제는, 4년 전 감사원이 '먹는 물 수질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며 직접 조사와 실험을 했습니다. 페트병에 담긴 생수 4개를 가져와서요. 이중엔 국내 제품 3개, 수입제품 하나가 포함돼 있습니다. 여름철 오후 2~3시 무렵의 강한 자외선 강도 그리고 온도를 '50 ℃'라고 하는 가혹 조건을 설정을 한 체임버를 만들어서 그 안에 생수병들을 각각 15일과 30일씩 노출 시킨 다음에 그 생수의 물을 떠서 수질을 검사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15일 노출이란 실제 자연 상태에서 약 3.9개월에 해당되고, 30일 노출 시험은 자연 상태로 치면 약 7.8개월에 정도에 해당된다고 감사원은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실험을 했더니 1군 발암 물질인 포름알데히드, 그리고 또 다른 유해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 그밖에 중금속 안타몬이 일부 제품에서 검출이 됐습니다.
강상욱/상명대 화학에너지공학과 교수
페트 분자가 자외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에는 (분자) 사슬이 끊어지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발생하는 화학물질들이 알데히드류입니다.
포름알데히드는 국제암연구소가 분류한 1군 발암물질로, 새집증후군이나 아토피성 피부염의 원인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티몬이라는 건 유독성 중금속으로서 도금 작업, 혹은 안료 작업할 때 사용이 되는데 중독됐을 경우 위장관 질환을 일으키면서 발암성이 의심되는 물질이기도 합니다.
얼마나 해로울까?유해물질이 나온다는 건 알겠는데 더욱 중요한 건 용출량입니다. 먼저 포름알데히드를 보면, 우리나라 먹는 물 수질기준상 포름알데히드 허용치보다는 낮게 검출이 됐습니다. 현재 포름알데히드 수질 기준이 리터당 0.5밀리그램인데 15일 노출 테스트를 진행한 수입 제품에서 0.18밀리그램이 용출됐습니다. 또 30일 노출 테스트에서는, 수입 제품 하나는 0.31밀리그램, 국내 제품 3개 중에서 가장 높은 게 0.17밀리그램이었습니다. 국내 기준은 충족했지만 먹는 물 수질기준이 엄격한 나라의 기준에 따르면 좀 달라집니다. 예를 들면 일본인데요, 일본 허용치는 0.08밀리그램이라 앞서 말씀드린 4개 중 3개는 일본 기준을 초과합니다. 중금속 안티몬 용출량은 어땠을까요. 15일 노출 시험에서는 0.003~0.004밀리그램 정도가 나왔고, 30일 노출 시험에서는 0.001~0.003밀리그램 정도가 나왔습니다. 안티몬이나 아세트알데히드의 경우에는 국내에는 수질기준이 없지만 해외에는 안티몬 허용 기준을 갖춘 나라들이 꽤 있습니다. 호주 0.003, 미국 0.006, 일본이 0.015로 호주가 가장 강화된 규정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 기준에 비춰보면 미국이나 일본 허용치를 초과한 제품은 없었습니다. 다만 호주 기준으로는 15일과 30일 테스트 총 8건 가운데 4건이 허용치를 초과했습니다.
이런 수치들이 의미하는 바는, 당장 햇빛에 노출된 생수를 먹어선 안된다기보다는
요즘처럼 높은 온도와 강한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에 페트병 내부에 있던 유해물질들이 실제로 녹아 나온다는 경향성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노출 실험을 하기 전에는 불검출, 즉 전혀 검출되지 않았던 포름알데히드나 아세트알데히드가 실험 후에 용출된 게 사실도 드러났고요. 안티몬의 경우는 실험 전에도 극미량이 나왔습니다만, 자외선에 노출한 15일 내지 30일 실험을 거친 후에는 그 양이 훨씬 더 많이 늘어났다는 겁니다.
7월 31일부터 시행, 그런데 2년 유예?실험 결과에 따라서 감사원이 환경부, 지금의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조치 사항을 주문합니다. 페트병에 담긴 생수의 제조 공정이나 유통 과정의 다양한 조건별로 유해물질 용출시험을 하는 등 정밀한 검토를 거쳐서 관리기준을 마련하라, 또 직사광선 노출을 최소화해서 생수를 유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겁니다.
그에 따라 기후부가 법규 개정 및 시행을 하기까지 4년이 걸렸습니다. 먹는샘물 표시기준 고시 개정안은, 지난주, 즉 7월 31일부로 시행이 되었습니다. 기존에는 차갑고 어두운 냉암소에 위생적으로 보관하라고 하는 원칙만 있었는데, 앞으로는 실내 공간에 직사광선이 들어오는 창가에서 떨어뜨려 보관하도록 의무화하고, 또 창문이 있을 경우, 창문에 빛을 막는 장치를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또 부득이하게 실외 또는 야외에 보관할 경우에는 덮개를 덮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규정이 7월 31일부터 적용이 됐지만 2년간 유예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유예라는 건 무슨 뜻일까요? 그러니까 제도 자체는 시행에 들어가지만 단속은 하지 않을 테니 알아서 잘하라는 겁니다.
물론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의 사정을 감안할 때 실내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추가 공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감사원이 생수의 유통 실태를 조사하며 서울 시내 소매점과 편의점 가운데 무작위로 270곳을 점검한 결과, 100곳이 넘는 점포, 그러니까 37%에서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야외 직사광선 환경에 그대로 노출한 채 보관 중이었습니다. 이렇다면 실내 공간을 당장 마련하기는 어렵더라도 실외 보관 시에 덮개 의무화는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조치잖습니까. 단순히 높은 온도 뿐 아니라 직사광선에서 자외선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덮개로 가리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아쉬운 조치입니다.
감사원에서 실험을 한 게 4년 전, 즉 2022년이라고 말씀을 드렸지만 사실 그게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10년도 훨씬 전부터 의심스러운 문제로 제기돼 왔습니다. 그래서 지난 2013년에 이미 국립환경과학원이 실험을 벌였고, 아세트알데히드가 역치값 이상으로, 즉 사람이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수치 이상으로 용출된다는 것이 확인되어 여름철 고온 노출을 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때부터로 계산하면 문제 제기와 과학적 실험을 거쳐서 고시 개정이 이뤄지기까지 13년이 걸린 셈인데, 여기서 또 2년을 유예한다면 너무 소극적인 대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업계에서라도 자발적인 조치가 이뤄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