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밀당'이라고 하죠.
밀다가도 당기고, 당기다가도 밀어내는 것, 알고 보면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그것이 양방향이라는 어느 정도 확신이 있을 때 가능한 관계 형성 방식입니다.
지난주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도 이런 '밀당'의 정석을 보여줬습니다.
안정식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냉랭한 관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북·중 사이에 모처럼 화해의 발판이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리수용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쑹타오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북·중 친선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 방문길에서도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습니다.
리수용은 쑹타오에게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을 병진시키는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쥘 것"이라고 강조했고, 시진핑 주석에게도 "새로운 병진 노선에 추호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중국에 도착하던 날에는 북한이 실패하긴 했지만,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했고, 다음 날에는 SLBM과 핵탄두 모형 등 주요 전략무기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원하지만 전략 무기를 포기하면서까지 그럴 생각은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한 겁니다.
어찌 보면,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는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타진하면서 이게 무슨 무모한 행동이냐고 할 수 있는 행보지만, 이는 북한이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 속에서 자신이 가지는 전략적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핵 개발 고수 입장을 밝혀도 미국과의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중국이 자신을 포기하지는 못할 거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겁니다.
실제로 시진핑도 우회적인 표현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도발 억제를 주문하면서 북·중 우호와 협력을 고도로 중시한다고 이야기해 관계 개선 의향을 내비쳤습니다.
비록 북한의 핵 개발은 달갑지 않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들의 오랜 적국이었던 베트남까지 찾아가며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는 판이라, 북한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양쪽 다 딱히 합의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도 이번 만남에 그럭저럭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한은, 고립을 탈피하려는 이미지를 얻었고,중국은 북한이라는 외교적 지렛대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여전히 가지고 있음을 대외에 과시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혈맹'이라는 용어는 점차 옛말이 됐다지만, 그렇다고 둘의 사이를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G2의 하나로 글로벌 외교를 지향하는 중국과 정권 보존에만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의 지향점이 같을 수는 없지만, 두 나라는 서로 큰 기대는 하지 않으면서도 이해관계의 접점을 꿰뚫고 이를 적절히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 구도가 확연해지면서 북한 문제를 다루는 우리의 방향 잡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다만, 우리가 미국 일본과만 너무 밀착해 한미일 3국 관계에만 몰입할수록 북 중간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질 것만은 확실하다고 안 기자는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