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진/사회자:
일본에서 지난 3일부터 혐한 시위를 규제하는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이 시행됐습니다. 어제 법 시행 이후 첫 혐한 시위가 열렸는데요, <글로벌 뉴스> 오늘은 일본의 혐한 시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최호원 특파원.
▶ SBS 최호원 특파원:
네 도쿄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일본의 혐한 시위, 정말 자주 열리는 시위입니까?
▶ SBS 최호원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저희 집이 도쿄에 있는 주일 한국대사관 인근인데요. 매주 주말이면 빠지지 않고 혐한 시위대가 주로 차량을 타고 나타납니다. 대사관 바로 옆은 아니고, 일본 경찰들이 배치된, 대사관으로부터 500-6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합니다.
검은 승용차와 승합차 등에 "한국인은 꺼져라" "독도는 일본땅" 등의 글씨를 크게 적어놓았습니다. 또, 각 차량마다 대형 스피커로 인종차별적 발언들을 크게 떠듭니다. 한국인은 쓰레기다. 자이니치, 우리 재일동포들을 부르는 말인데요, 자이니치에게 혜택을 주지 마라" 등의 발언을 합니다.
물론 일본 경찰들이 나와서 즉각 차를 빼라, 돌아가라고 지시를 합니다. 그럼 30분에서 1시간 정도 만에 돌아갑니다. 또, 다른 곳에 가서 혐한 발언을 하는 겁니다. 차량 시위를 하는 이유는 이렇게 이동하면서 떠들면 따로 집회 신고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집회 신고를 하는 경우는 수십 명의 시위대가 도로를 행진하는 식으로 혐한 시위를 합니다. 지난 3년간 다양한 혐한 시위가 1000건 이상 열렸습니다. 거의 매일 일본 전국 어디에선가는 혐한 시위가 열렸다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번에 혐한 시위를 규제하는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이 생겼다고요?
▶ SBS 최호원 특파원:
네, 헤이트 스피치 우리말로 하면 혐오 발언 연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본 내 헤이트 스피치는 99%가 한국인 또는 재일동포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러니까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은 혐한 시위 대책법이라고 할 수 있죠. 이 법이 지난달 말에 일본 국회를 통과했고요, 이달 3일부터 시행이 됐습니다.
그전까지 일본 정부는 표현의 자유 범위라면서 혐한 시위를 사실상 방치해왔는데요. 하지만, 혐한 시위에서 "한국인 죽어라" "조선인은 기생충" 이런 극단적인 내용들이 쏟아지면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에서도 혐한 시위 규제를 일본 정부가 요구해왔습니다.
결국 2,3년 만에 일본 여당인 자민당과 정부가 국내외의 요구를 마지못해 들어주면서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을 만든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제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 시행 이후 첫 혐한 시위가 열렸다고요?
▶ SBS 최호원 특파원:
네, 어제 오전 11시 반에는 도쿄 인근 도시 가와사키에서, 오후 3시에는 도쿄 시내 시부야에서 이렇게 두 곳에서 혐한 시위가 있었습니다. 도쿄와 그 주변에서 하루 두 건의 혐한 시위가 열리는 것은 사실 드문 일입니다. 특히 일본 언론은 물론이고, 저희 한국 언론의 도쿄 특파원들이 주목한 곳은 가와사키입니다.
가와사키에는 큰 재일동포 거주지가 있는데, 그곳에서 거의 매일 혐한 시위가 있었거든요.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을 만드는데도, 혐한 시위를 견디지 못한 가와사키 재일동포 분들의 노력이 컸습니다. 어제 혐한 시위대는 원래 재일동포 거주지 인근 공원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신청했는데 가와사키 시가 공원 사용을 불허했습니다.
그 후 이번엔 인근 다른 지역의 한 공원 주변에서 도로 행진하겠다고 경찰에 신청을 했는데, 경찰이 이것을 허가했습니다. 현장에 가보니 혐한 시위대는 한 10여 명 정도만 나왔더군요. 법 시행 이후 첫 혐한 시위라서 참가신청자들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혐한 시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은 200명 가까이 있었습니다.
시민단체들이 혐한 시위대를 에워싸고 "인종차별주의자들은 나가라" "혐한 시위를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고요. 결국 혐한 시위대는 도로 행진을 시작한지 10분 만에 경찰의 유도에 따라 철수를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결국 시민들의 힘으로 혐한 시위대를 쫓아낸 것이군요. 그런데, 혐한 시위대도 좀 변했다고요?
▶ SBS 최호원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가와사키 시위 때도 그랬지만, 어제 오후 도쿄 시부야의 혐한 시위에서 변화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일단 한국 국기를 찢거나 한국인이나 조선인 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팻말이나 구호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일본 국기, 또는 욱일승천기를 들고 걷는 정도이고, 일반 회원들도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특별한 발언이나 구호를 하지 않았습니다. 시위 대표자들이 마이크로 떠드는 이야기도 한국인이나 조선인을 직접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에게 우호적인 일본 내 진보단체나 진보 정당들을 비난했습니다.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인데요. 취재 결과 우익 단체들은 시위 전에 홈페이지 등에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을 꼭 지켜라. "반대자들에게 손을 데지마라." "경찰 체포자가 나와서는 절대 안 된다" 등의 주의사안을 적어놓았습니다. 법 시행 초기인 만큼 몸을 낮추겠다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그럼,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이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겠네요.
▶ SBS 최호원 특파원:
맞습니다. 분명히 그렇습니다. 그런데,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에는 처벌 조항이 없습니다. 국가와 지방자체단체가 헤이트 스피치를 방치해선 안 되고,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선언하는 수준입니다. 처벌 조항이 없는 만큼 혐한 시위대가 조금씩 발언이나 행동을 과격화하면서 법을 무력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본 경찰의 대응도 걱정입니다. 어제 혐한 시위 현장에서 경찰들은 우선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혐한 시위대의 행진 자체는 허가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현장 경찰들이 혐한 시위대의 도로 행진을 보호해줬습니다. 차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을 오히려 강하게 규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혐한 시위대는 떳떳이 도로 행진 허가를 받아 경찰의 보호 하에 행진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과정에서 처벌 규정이 없는 법을 무력화하기 위해 또다시 극단적인 발언과 행동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습니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혐한 시위대가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없도록 일본 경찰이 좀 더 강력하게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SBS 도쿄 최호원 특파원과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