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LIVE

스승의 날.. '날개 돋친 상품권 판매'

촌지문화는 우리 교육계 불치의 병?


Google 즐겨찾기에 SBS뉴스 추가

스승의 날입니다. 카네이션 사들고 등굣길에 올랐던 학창 시절이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촌지 논란으로 스승의 날 휴교하는 학교들이 많았죠.  스승의 날 스승과 제자가 서로 얼굴을 맞대지 못한다는 사실, 참으로 서글픈 현실입니다.

어제(14일) 시내 백화점 2곳을 찾았습니다. 스승의 날에 자녀의 담임에게 상품권을 선물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는 얘길 듣고 직접 확인하러 간 것이죠. 저도 고마운 사람들에게 가끔 10만원짜리 상품권을 선물하고, 생일 선물 등으로 상품권을 받기도 하니 '상품권 선물' 자체를 문제 삼자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스승의 날엔 어김없이 학부모들의 상품권 공세가 벌어지는 현실을 통해 정성보다 편의가 앞서는 선물 문화를 꼬집고 싶었던 거죠.

취재 과정에서 저로선 놀라운 이야기들을 많이 접했습니다. 물론 학부모들 사이엔 아직 그런 현실을 몰랐냐는 분들도 계실 테고, 극히 일부 교사의 얘기를 일반화하지 말라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제가 어제 겪은 경험에 따른 결론은 "학부모 노릇 참 힘들겠다"라는 것입니다.

백화점 상품권 코너는 어제 하루 종일 붐볐습니다. 오후 1시쯤 찾은 상품권 코너의 대기번호가 308번이었으니 짐작이 가실 겁니다. 개 중엔 다른 용도로 상품권을 사는 이들도 있었지만 역시 학부모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상품권 코너 직원에게 물었더니, 스승의 날 상품권 선물은 10만원에서 30만원 사이로 많이 나간다고 합니다. 많이 사는 사람들은 50만원권을 사간다고 하네요. 현금처럼 쓸 수 있고, 영수증을 갖고 오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하니 사실상 '돈'이나 마찬가지죠. 백화점들은 스승의 날 선물로 상품권을 선물하기 좋도록 스승의 날 메시지 카드를 함께 주거나, 무료 배송 서비스도 하고 있었습니다. 스승의 날이 백화점 들에겐 상품권 판매 대목인 셈이죠.

스승의 날을 앞두고 수십만 원 어치 상품권을 산 학부모 1명을 만나 질문을 던졌습니다.

광고
광고 영역

"제가 이번에 처음 학부모가 됐는데요, 스승의 날 선물로 상품권을 사려는데 얼마가 적당할까요?"

아주머니는 꼬치꼬치 코치를 해주시더군요.

"아이가 공립에 다니냐 사립에 다니냐, 성적은 어느 정도냐, 담임 나이는 어느 정도냐"

선물 액수를 정하는 데 참으로 여러 기준이 있는 데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대충 "공립 초등학교 1학년이고 성적은 상위권이며 담임은 30대 초반"이라고 둘러댔더니 아주머니는 "일단 5만원 정도만 드리고 반응을 봐서 다음 번에 액수를 늘릴 지 그대로 갈지 정하라"고 답안을 줬습니다. 마치 시험 채점관들이 채점 기준표에 따라 이것 저것 따진 뒤 점수를 매기는 것 처럼 말이죠.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학부모 단체 관계자는 그릇된 촌지 문화를 지적하려면, 받는 선생님들만 매도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주는 학부모들이 있으니 받는 선생님이 있다는 얘기죠. 자기 아이를 조금 더 돋보이게 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촌지 문화를 사라지지 않게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단체는 그래서, 스승의 날을 5월이 아닌 학년말로 옮겨 매년 2월에 행사를 치러야, 진심어린 감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그런 운동을 펼치기도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사실 제 부친도 교원이셔서, 제가 어릴 때 교원 촌지 문화에 대한 비판 기사가 나오면 "다 저런 것은 아닌데..울 아부지 같은 분들도 많으신데.."라는 생각에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언제까지 '일부'는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촌지 교사를 용인해야 할까요.

촌지를 받는 교사가 0.1%이건 0.001%이건 그 한 두 명의 교사가 전체 교원의 신뢰를 떨어뜨린 다는 점에서 촌지 교사는 꼭 사라져야합니다. 학부모들도 자녀를 위하는 마음을 꼭 상품권으로 전달할 필요는 없겠죠. 손수 만든 감사 편지나 카드, 정성이 담긴 선물이 오고가는 스승의 날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너무 물정을 모르는 것일까요? 아직 갈 길이 먼다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촌지 교사 제로의 그 날까지!

## 학부모를 가장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필요없는 상품권을 25만원 어치나 샀습니다 ㅠㅠ

광고
광고 영역

무엇보다 서글픈 것은 백화점 직원 그 누구도 제가 학부모라고 거짓말 하는데 일말의 의심을 하지 않더라는 점. 한 직원은 아이가 초등학생 이냐고 묻기까지 하더라고요. (저를 중학생 부모로 본 것인지..) 참고로 전 결혼 2년차에 아직 애기도 없답니다. ^^

☞ [관련기사] 상품권, 스승의 날 인기 선물?…씁쓸한 상혼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편집자주] 2002년 기자 생활을 시작한 조성현 기자는 지난해 SBS로 둥지를 옮겨 사회2부 사건팀에서 활약 중입니다. "취재는 냉철하게, 마음은 따뜻하게.." 일한다는 그는 최근 학부모들에게 큰 충격을 준  '일산 초등생 엘리베이터 유괴미수' 사건을 특종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오늘의 숏뉴스
숏뉴스를 불러오지 못했습니다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