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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농기계 행사에 남성성 살린다며 레이싱 모델 동원?

<김지욱 기자>

내일(14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충북 제천시 지역 축제 실행계획서입니다.

상설 전시 중 하나인 '농기계 모터쇼', 농기계가 주는 '남성성'을 살리기 위한 모터쇼라고 설명하며 레이싱 모델 참여 일정과 배치표, 의상 콘셉트 예시 사진이 나와 있습니다.

자료에는 이렇게 6쪽에 걸쳐 레이싱 모델의 프로필이 나와 있는 반면, 정작 농기계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또 저녁에 열리는 막걸리 페스티벌에는 행사와 관계없는 레이싱 모델이 참여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과연 어떤 행사인지, 제천으로 직접 가보겠습니다.

충북 제천시 의림지 호수 일대.

축제를 준비하는 공간 한복판에 농기계 모터쇼가 진행될 길이 있습니다.

[재단 관계자 : (모터쇼를) 거의 킬러 콘텐츠로 저는 지금 생각을 하고 있어요.]

행사를 기획한 제천문화재단 측이 밝힌 농기계 모터쇼 컨셉은 이렇습니다.

[재단 관계자 : 농기계가 아무래도 뭐 여성성을 표현하지는 않잖아요. 야생적이고 강렬한 이미지에 부합하기 때문에 가장 꽃이라고 하는 레이싱 모델들을 같이 콜라보를 했을 때 '아 정말 아름다운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겠다'.]

홍보물이나 행사 포스터에도 레이싱 모델 관련 내용은 빠지지 않습니다.

[재단 관계자 : 우리가 누드를 봤을 때 사실 예술로 바라보지, 누드를 '남성이다 여성이다' 상품화로 보지는 않거든요.]

이런 종류의 현수막들은 도심 곳곳에서 볼 수가 있는데요, 제천시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쳤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제천시는 재작년 문체부가 공모한 지역 관광 개발지 사업에 지원해 5년간 예산 120억 원을 따냈습니다.

농기계 모터쇼는 이 예산 가운데 4억 원이 투입된 이번 지역 축제의 한 행사입니다.

제천시는 해당 모터쇼가 농업 육성을 위해 최신형 농기계를 전시, 홍보한다는 행사 취지에 맞지 않게 기획됐다는 논란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김태준/제천시 관광기획팀장 : 1회이다 보니 나름대로의 어떤 홍보 방안에서 아마 그렇게 콘셉트를 잡았는데… (사전에) 어떤 문제의식을 저희는 인지를 지금 못했고…]

예산을 지원한 문체부도 "농경문화 예술제라는 큰 사업 안에 포함된 부대 행사라 세부 홍보 계획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행사일이 다가오면서 레이싱모델을 동원한 농기계 모터쇼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제이/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 여전히 농기계는 남성의 전유물이고 여성은 그런 남성성을 강조하고 보조하는 역할로 인식하고 있는 그런 문제적인 관점이 들어가 있는 프로그램 기획으로 보입니다.]

제천시는 행사를 하루 앞둔 오늘, 농기계 모터쇼에 레이싱 모델들이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관련 자료도 홈페이지에서 모두 삭제했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이소영,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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