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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2020 기후변화 주요사건, 2021을 전망하다

김지석│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2020년은 코로나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이 글이 인-잇에 올라갈 때도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뉴스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을 것 같다.

정말 2020년의 큰 사건은 코로나만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유례없는 57일간의 긴 장마와 가축들을 지붕 위로 올려 보낸 홍수, 지난해에 이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과 폭염 등 각종 이상기후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모두 기후변화로부터 기인한 현상들이다.

물론 큰 진전도 있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어진 중국(2020년 9월 22일), 일본(2020년 10월 26일), 한국(2020년 10월 28일)의 탄소중립 달성 선언과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마무리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그러하다. 이런 변화는 지난 몇 년간 지지부진했던 기후변화 대응이 앞으로 매우 빠르게 추진될 것임을 시사한다.

다가올 2021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삶과 경제, 그리고 국제 질서는 획기적으로 변할 것이다. 이런 변화를 예고하는 올해의 중요한 사건을 정리해 봤다.

# 돌아온 미국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다. 힐러리는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해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인물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후변화는 중국인들이 만들어 낸 사기'라고 주장하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었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국제 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은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트럼프는 2017년 1월 미국 제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공언한대로 기후변화 문제를 철저히 무시했고 작심한 듯 기후변화 및 환경 관련 규제를 모조리 해체해 나갔다. 많은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세계 기후변화 대응은 완전히 물 건너 간다며 초조해 했다.

선거는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을 약속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현재 바이든 당선인은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을 기후변화 특사로 임명하는 등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공약에 걸맞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적어도 향후 4년 간은 미국이 유럽, 중국과 공조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대선 직전에 발표된 중국, 일본, 한국의 연이은 탄소중립 선언은 이런 변화에 대비한 준비로 해석된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테슬라의 부상

지금부터 딱 1년 전, 인잇의 고정 필진으로 연재를 시작하면서 쓴 첫 번째 글이 테슬라의 사이버 전기트럭에 대한 글이었다. 당시만 해도 테슬라는 지금처럼 주목 받는 회사가 아니었으며 조만간 망할 거라는 의심을 받았다. 특히 사이버 트럭을 발표한 뒤에는 디자인이 너무 이상하다는 혹평과 함께 주가가 일시적으로 크게 하락했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테슬라 모델3 세단은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파는 상황으로 급변했다. 전기차가 앞으로의 대세가 될 것이란 말을 의심하는 사람도 이젠 없다. 테슬라는 현재 상해에 2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유럽 자동차산업의 심장인 독일 베를린과 미국 석유산업의 심장인 텍사스에도 추가로 공장을 짓고 있다.

테슬라는 사실 자동차산업 외에도 태양광 지붕 설치와 가정용⋅산업용 전기 저장용 배터리 설치사업도 꽤 활발히 하고 있다. 여러가지 혁신을 적용한 자체 배터리도 생산 준비 중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은 탄소제로 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산업들이다. 2003년부터 이런 중요성을 알고 사업을 시작한 테슬라의 현재 시가총액 기준 기업가치는 도요타의 2.5배, 현대 자동차의 10배가 넘는다.

물론 테슬라가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비판도 여전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해 훨씬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은 엄연한 사실이다. 기후변화에 맞춰 산업의 방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 기후변화의 메인스트림화 : 맥킨지 유럽 넷제로 보고서

수십 년 전부터 기후변화는 사회 주류에서 늘 중요한 이슈라고는 했지만, 실제 우선순위에서는 뒷전에 밀려 있었다. 관련 보고서도 유엔 기후변화 협상이 진행되는 연말에 한 번 나오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기후변화는 연중 내내 다뤄지는 '메인스트림' 이슈가 됐다.

기후변화를 '메인스트림'으로 다루는 기관 중 하나는 바로 기업 컨설팅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맥킨지다. 맥킨지는 작년 말부터 기후변화에 관한 다양한 보고서를 그야말로 쏟아내고 있다. 기후변화가 금융산업, 해안가 부동산,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데 이어 동아시아의 폭염, 강수량, 가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도 내놨다.

또 며칠 전에는 '유럽이 온실가스 제로를 비용 제로로 달성하는 법' 이라는 제목의 새 보고서를 소개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204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의 표지에는 나뭇잎 하나를 들고 천진하게 웃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 있다. 표지를 보고 뭔가 울컥했다. 기후변화는 표지에 나와있는 것과 같은 아이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고, 이제는 컨설팅 업체들도 이런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일종의 공감의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 원문 링크 : <나를 울컥하게 만든 문제의 보고서 소개글>

이번 맥킨지 보고서의 핵심 내용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1천1백만 빼기 6백만은 5백만'이다. 1천1백만은 유럽이 탄소제로 경제로 빠르게 전환할 때 만들어지는 일자리 수이고, 6백만은 사라질 일자리 수다. 결국 탄소제로 경제로 전환할 때 5백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만들어 진다는 분석이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밖에 없다. 메인스트림이 이 점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건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맥킨지가 기후변화를 연중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 그리고 이번 보고서에서 다뤄진 것처럼 온실가스 제로를 달성하는데 비용이 제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이런 변화는 주요 경제 주체들이 기후변화를 우선순위에 두기 시작했다는 걸 보여준다.

지구온난화 (사진=픽사베이)

# 2021년, 온실가스와의 본격적인 전쟁 시작

기후변화 문제는 생존의 문제다. 그래서 인-잇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도 '생존의 조건'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전쟁은 온 힘을 다해야 이길 수 있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 수 많은 사람들이 매일 실천해도 온실가스가 '찔끔' 줄어드는 환경부의 생활 실천 캠페인은 비판하고, 한번 적용되면 온실가스가 '왕창' 줄어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탄소세 도입 권고는 정성스럽게 전달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기후변화를 '생활 실천'의 문제로 다뤄왔는데, 이제는 이런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행히 정부도 이제는 사양길로 접어드는 석탄 화력발전소나 휘발유, 디젤자동차 같은 고탄소 산업과 단절하고 태양광, 풍력, 전기차 같은 저탄소 산업을 키워 생존을 도모해보려고 하고 있다.

이제 막이 오르기 시작한 온실가스와의 전쟁은 큰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는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탄소 산업과의 작별은 대재앙을 막아 우리 모두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 말인즉슨 저탄소 경제를 만드는 대전환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나 기업은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편에 서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거대한 변화가 필요하고, 또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수도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감추려 기후변화 음모론을 펼친 세력들과 현실과 동떨어진 막연한 낙관론이 그동안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들의 말에 근거해 사업을 벌이고 경제를 운용한다면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이미 지구의 기온은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 같이 몰락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줄이는 편이 우리 편이다.' 유럽, 미국, 중국은 이제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우리도 '우리 편'이 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인잇 필진 네임카드

#인-잇 #인잇 #김지석 #생존의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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