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의 심신미약을 인정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오늘(23일) 오전까지 97만 명이 참여했고,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성수가 심신미약으로 인정받은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인데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이런 의견이 나오는 이유를 알아보고, 다른 비슷한 사건에서는 어떤 판결이 내려졌는지 비교해봤습니다.
■ 조두순은 '인정', 인천 초등생 살인 피의자는 '불인정'…심신미약 판결 사례들
심신미약이란, 심신의 장애 때문에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것을 말합니다. 형법에 따르면, 심신미약 같은 심신장애는 처벌 수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경찰대 행정학과 최이문 교수와 대구지방법원 이혜랑 판사의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책임능력 판단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2014~2016년 사이 법정에서 피고인의 심신장애가 문제가 된 사례는 1597건으로 집계됐는데요. 그중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으로 인정된 판결은 305건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심신미약으로 인정된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지난 2008년 8살 여자아이를 성폭행하고 심각한 상해를 입힌 조두순은 만취 상태였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을 인정받았습니다. 2016년 발생한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민의 경우, 조현병 환자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감형됐습니다.
■ 김성수 가족이 낸 '우울증 진단서'…'심신미약'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은?
그렇다면 가족들이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김성수의 경우 심신미약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우울증을 근거로 심신미약을 주장했던 다른 범죄 사례를 알아봤는데요. 지난 2016년 A 씨는 집에서 가져온 둔기로 행인을 폭행해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 씨는 우울증 진단을 받은 것을 근거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범행 후 A 씨가 쓰러진 행인을 폐지로 덮고 달아났는데, 재판부는 범행 전후 행동 등을 감안할 때 A 씨가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런 사례를 고려했을 때 김성수가 심신미약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적다는 게 법조인들의 설명입니다. 범행 당시 집에 돌아가 흉기를 가져온 점을 보면 정신질환에 의한 충동적인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노영희 변호사는 S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흉기를 가져와서 피해자에게 어떤 위해를 가하려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그 당시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계획적인 범죄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우울증을 앓고 있어도 그 정도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 현직 판사는 재판에서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이 인정되려면 "정상 생활이 거의 힘들 정도가 돼야 한다"며 우울증으로는 심신미약을 인정받기가 극히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취재: 박원경 /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