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고비는 경선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을 정하는 과정에서 찾아왔다. 여느 원내대표 선거 때와는 달리 정책위의장 후보들이 막판까지 정해지지 않고 여러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베일이 벗겨졌을 때는 실망스러워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한선교 의원과 짝이 된 이주영 의원을 두고 서는 '이미 두 번이나 했는데 욕심이 과하다.' 했고, 이채익 의원과 함진규 의원을 두고 서는 '정책을 다룰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는 의원들이 있었다. '아무리 야당 됐다지만, 당에 이렇게 사람이 없나.' 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각 원내대표 후보 진영의 기싸움은 원내대표 경선을 위한 의원 총회 직전까지 이어졌다. 관건은 1차에서 과반을 획득하느냐에 있었다. 자연스럽게 몇 명의 의원이 참석하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이미 구속됐거나 기소 등의 이유로 당원권이 정지된 의원은 이현재, 배덕광, 김현아 의원 등 3명. 여기에 바로 전날 불구속 기소된 엄용수 의원이 추가됐다. 엄용수 의원은 국회에 와 있는 상태였지만 불구속 기소가 되는 즉시 당원권이 정지된다는 당규가 적용됐다. 결국 의원 총회를 30분 정도 남기고 엄용수 의원은 '참석자격 없음' 통보를 받았다. 엄용수 의원 표를 확보했다고 생각한 홍문종 의원 쪽에서 '누구 권한으로 뺐냐.'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반을 확정 짓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무효표가 3장 나온 탓이다. 원내대표 밑에도 도장을 찍고, 정책위의장 밑에도 도장을 찍었다는 게 강석호 선거관리위원장의 설명이었다. 솔직히 투표를 처음 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명색이 선거에 도가 텄다는 의원들인데 무효표라니. 하지만, 두 개를 찍으면 인정한다는 규약에 따라 무효 표 3개 가운데 하나씩을 각각 김성태 의원과 홍문종 의원이 나눠 가졌다. 그래서 김성태 의원은 54표가 과반인 55표로, 홍문종 의원은 34표에서 35표가 됐다. 무효표가 소중한 유효표 판정을 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우여곡절을 끝에 절묘한 과반으로 승리는 김성태 의원의 몫이 됐다. 김성태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의원은 중립지대를 표방한 한선교 의원 쪽에 표를 뺏긴 걸 아쉬워했다. 홍준표 대표가 당무감사 결과 발표를 미뤘던 게 비례의원들의 마음을 잡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비례 의원 중에는 지역구를 노리는 의원이 많은 만큼 곧 있을 당무감사 발표를 앞두고 당 대표 쪽에 미움을 사고 싶지 않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홍문종 의원을 지지했던 의원은 "이제 정말 친박은 없어진 것" 아니겠냐며 쓰게 웃었다. 친박계의 지지를 받아서 선출됐던 정우택 전 원내대표와 정진석 전전 원내대표가 각각 62표와 69표를 획득했던 것과 비교하면 홍문종 의원이 받은 35표는 반 토막 수준이다. 이전과 다른 친박계의 확연한 세(勢) 위축으로 시작부터 표 수가 적긴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최종 집계했던 것보다 다섯 표 정도가 부족하다고 했다. 최경환 의원처럼 불참으로 잃은 표도 있지만 약하게 지지를 표했던 의원들이 토론 과정에서 실망해 돌아선 것 같다고 했다.
어쨌든 김성태 의원은 당선됐고,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모든 상처, 아픔을 다 용광로에 넣고 대여투쟁을 강화해 문재인 정권의 독단을 막아내는 전사로 함께 서겠다."고 강조했다. 여당과의 싸움 앞에 정말 친박, 비박 또는 친홍, 비홍 같은 고질적인 계파는 사라질 수 있을까. 과제는 또 있다. 수사 선상에 올라있거나 재판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미 열 명을 넘겼다.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는 사정 한파를 막아 달라는 의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