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최근 5만 원짜리 스탠드를 하나 구입하는데, 여기저기 사이트와 블로그 후기를 뒤지며 고심 또 고심,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또 며칠을 고민…. 아무튼 뭘 하나 싼 걸 사려고 해도 고민되는 게 사람 마음입니다. 천원 샵 '다이X' 같은 곳에서 패리스 힐튼 된 것처럼 (색)'깔 별'로 구입할 때를 제외하고는요…호호호. 하물며 5억 원으로 한 번에 어떤 물건을 사라고 하면 어떨까요?
내 돈이라면 1년을 고심한다고 해도 막상 구매할 때는 손이 덜덜덜 떨릴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잘 써달라고 맡겼는데, 남이 막 쓰면 어떨까요? 치가 떨리겠죠. 바로 그 기분을 제가 최근 느꼈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제가 말한 '5억 원'은 서울시가 최근 '남의 돈'(a.k.a 세금)으로 막 쓴 돈을 의미합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시행하는 '유비쿼터스 사업' 일환으로 5억 원의 예산을 들여 '엔젤 아이즈'라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펼쳤습니다. '엔젤 아이즈'라는 앱을 깔고, 앱에 지인 5~6명을 등록시킨 뒤, 마치 영상통화를 하듯 지인을 연결해 화면을 보여주고 안내를 받는 겁니다.
![시각장애인용 특수카메라, 첨단기기, 무용지물](http://img.sbs.co.kr/newimg/news/20171023/201105677_1280.jpg)
제가 취재한 분은 시각장애인 전자도서관 관장님이셨는데, 스마트폰 사용법을 시각장애인분들에게 가르치고 계실 정도로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신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관장님은 이 웨어러블 카메라를 받은 지 1년이 다 돼 가도록 접속이 어려워서 사용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제가 있는 자리에서 5분 넘게 다시 시도해봤지만 실패했습니다. (저랑 만나기 전날도 조금이라도 편한 취재를 위해서 열 번 넘게 시도했지만 실패를 하셨다고 하더군요)
![시각장애인용 특수카메라, 첨단기기, 무용지물](http://img.sbs.co.kr/newimg/news/20171023/201105674_1280.jpg)
사실 '엔젤 아이즈' 앱이라는 것도 돈 들여서 만들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원리는 복잡할 것도 없습니다. 영상통화와 똑 같습니다. 그런데 어렵게 앱을 깔고 지인 등록까지 해야합니다. 그냥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인과 영상통화를 하면 될 것을요….
웨어러블 카메라도 마찬가집니다. 쓰고 있으면 10분도 안 돼 관자놀이가 아프고, 쓰고 다니기에도 너무 눈에 띄어서 쓰기가 꺼려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왜 이런 걸까요?
웨어러블 카메라를 만든 업체 취재 결과, 웨어러블 카메라는 애초에 시각장애인 용도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건설현장, 산업현장에서 원격 지휘할 수 있게끔 만든 거였습니다. 이미 만들어 놓은 기성품을 그대로 갖다 쓴거죠.
백번 양보해서 기성품을 그대로 갖다 쓸 수 있다고 칩시다.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이니 개발비도 적게 들고, 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가장 화나는 부분은 이 업체도, 서울시도 시각장애인에게 이 기계를 배포하면서 단 한 번도 시각장애인에게 직접 검수를 한다던가, 착용을 하게 해본다든가 등 시각장애인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시각장애인용 특수카메라, 첨단기기, 무용지물](http://img.sbs.co.kr/newimg/news/20171023/201105675_1280.jpg)
![[취재파일] 시각장애인은 안중에도 없는 서울시의 시각장애인 사업](http://img.sbs.co.kr/newimg/news/20171101/201108853_1280.jpg)
물론 우리도 물건을 살때, 아무리 심사숙고를 하고 구매를 했다고 해도 사고난 뒤, '잘못샀구나~' 싶을 때도 분명 있습니다. 똑같이 국가에서 내 놓은 모든 정책 사업이 성공할 순 없겠죠.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정성들여서 내 물건 고르듯이, 따져 본다면…. 적어도 '심사숙고' 했다는 부분이 국민의 공감을 사고 신뢰를 얻는다면 그 '시행착오'도 빛이 되고 소금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