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친절한 경제, 이번 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 합니다. 권 기자, 이번 주는 라면 소식으로 시작하네요. 라면이 이제 한국을 넘어서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즉석식품이 됐는데, 라면 수출액이 지난해 처음 1조 원도 넘었잖아요. 그런데 올해도 분위기가 좋다고요?
<기자>
지난달까지 올해 들어서 우리 라면 수출 3억 7천89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4월까지 이미 우리 돈 5천억 원을 넘은 수준이라는 겁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넘게 늘어났고요.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은 1년 전보다 무려 83%가 늘었습니다.
[잠깐만! 잠깐만…. (나도 봐. 뭔데 그래? 라면…얘 (좋아서) 이렇게 우는 것 좀 봐.)]
지난달 초에 미국에서 많이 쓰는 소셜미디어 앱 틱톡에 올라와서 지금까지 780만 좋아요를 받은 영상입니다.
이 어린 소녀가 생일선물로 뭘 받으면 이 정도로 감격을 할 수 있을까 싶은데, 다른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수출한 라면 5개 들이 한 팩이었습니다.
미국 월마트에서 6.88달러, 우리 돈으로 9천 원 좀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는 까르보불닭라면 5개 들이 세트를 생일 선물로 받고 이렇게 좋아하고 있는 겁니다.
한 봉지에 1천800원이 좀 넘는 미국에서도 고가 라면에 속하는 상품인데요.
너무 인기가 좋다 보니 구하기 쉽지 않을 때가 많고, 그래서 이렇게 생일선물로까지 등장한다는 거죠.
<앵커>
저렇게까지 좋아하는 걸 보니 좀 신기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국 식품 찾는 사람들이 확 늘어난 게 온라인에서 먼저 화제가 되고 이어서 인기를 끄는 경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한국식 양념 치킨, 떡볶이, 그리고 지난해에는 냉동 김밥까지 특히 미국에서 차례로 큰 화제가 됐었죠.
올해는 100% 국내에서 제조돼서 수출되는 불닭면, 그중에서도 까르보불닭라면입니다.
앞서 보신 소녀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명 래퍼 카디비와 음식 인플루언서가 만든 영상을 비롯해서 온라인에 '나 이거 먹어봤다' 인증하는 영상들이 그야말로 넘쳐나고요.
결국 지난달 말에는 뉴욕타임즈가 까르보불닭 현상을 따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상품화된 냉동김밥과 달리 2017년부터 수출되던 상품이지만 최근 들어서 수요가 폭증했습니다.
불닭면 라인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9억 1천만 개, 6천800억 원어치가 팔렸습니다.
한 번 사본 사람들의 재구매, 반복구매 없이 이 정도 판매량은 어렵다는 게 제조사 얘기입니다.
한국 라면은 단일국가 기준으로는 중국 다음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데요.
지난해만 해도 세계 최대 라면 소비국인 중국으로 나가는 물량이 미국 수출량의 2배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 중국 수출은 9.5% 늘어난 반면에 미국으로는 83%나 급증하다 보니까 수출량이 엇비슷해졌습니다.
이대로는 한국 라면 소비 미국이 중국을 곧 추월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올해 들어서 4월까지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의 최대 시장 미국이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1위로 단번에 뛰어올랐는데요.
미국으로의 전체 식품 수출에서 13% 정도를 차지한 라면 수출이 이 정도로 급증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앵커>
세계적으로는 이렇게 뜨거운데 수치를 보면 국내에서는 정작 라면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지 않아요.
<기자>
라면의 국내 매출은 지금 보시는 것처럼 2조 원을 좀 웃도는 수준에서 최근 몇 년 새 정체돼 있습니다.
반면에 수출은 코로나 대유행 이후로 4년 동안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제 세계 132개 나라로 수출되고 있고요.
아시아나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으로도 지난 4년 동안 수출이 3.5배나 늘어나면서 유럽 전체 시장은 이미 미국 시장 규모보다 커졌습니다.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라면은 최근에 해외 수요가 급증하면서 값이 크게 오르기 시작한 국내산 김과 달리 해외 수요 급증에 따른 국내 가격 변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가공식품입니다.
우리 식품업계가 국내 시장 정체를 타개할 수 있는 활로를 해외에서 찾은 좋은 예다, 긍정적인 측면을 좀 더 마음 놓고 반길 수 있는 겁니다.
한국 문화의 세계 속 영향력이 계속 커지는 게 역시 이렇게 라면 인기가 커져온데 큰 몫을 차지하고요.
까르보불닭의 경우처럼 한 번 인기를 얻은 불닭제품을 계속 리뉴얼해 가면서 새로 내놓고 아기자기한 포장에 신경 쓴 것 같은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전략 같은 것도 주효한 걸로 분석됩니다.
한국 라면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이른바 글로컬, 글로벌과 로컬의 합성어가 뜻하는 대로 현지화에 성공하는 제품력을 계속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