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심 재판부는 인권의 마지막 보루여야 할 사법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며 사과했습니다.
김상민 기자입니다.
<기자>
[피고인은 잠시 일어나주시겠어요? 피고인은 무죄. 이상 재심 재판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화성 8차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법정 안에는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춘재의 자백으로 재심이 시작된 지 약 1년 만입니다.
1988년 여중생 피살사건 수사에 난항을 겪던 경찰은 이듬해 마을 청년 윤 씨를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70시간 넘게 불법 감금하고 잠을 못 자게 하거나 쪼그려 뛰기 같은 가혹행위를 한끝에 허위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 씨는 상급심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재심 재판부는 윤 씨 자백이 불법 체포 감금된 상태에서 가혹행위를 당해 나왔고, 당시 증거로 채택된 국과수의 체모 감정 결과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이춘재의 자백 진술이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사법부를 대신해 사과했습니다.
[박정제/재심 재판장 (수원지법 부장판사) :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점에 대하여, 사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윤 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소회를 전했습니다.
[윤성여/재심 청구인 : 저 같은 사람이 안 나오길 바랄 뿐이고, 모든 공정한 재판이 이뤄졌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윤 씨 변호인단은 재심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수사기관의 불법 행위와 법원의 오판 등에 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명구, 영상편집 : 김종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