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병민 비상대책위원은 "역대 어느 정당 치고 통합이란 단어가 들어가서 오랜 기간 존속됐던 정당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새 당명에서 '통합'은 빠지게 될 거라고 단언했고요. '민주'가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비쳤습니다.
보수 계열 정당 이름에 '민주'가 들어가는 것이 낯설진 않으신지요? '민주'란 단어는 민주당 계열정당들의 전유물이었을까요?
[Pick Q&A]에서는 과거 정당계보를 통해 '민주'가 들어간 당명을 살펴보고, 통합당이 왜 '민주'를 고려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Q. 미래통합당 당명 교체하는데 '민주' 얘기는 왜 나온 건가?
A. 김병민 비대위원이 지난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했을 때 나온 얘기입니다.
진행자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민주'를 선호한다고 하던데"라고 질문하자, 김 비대위원은 "대한민국에서 '민주'라는 단어를 거부할 수 있는 국민은 없을 거라고 본다"고 답한 겁니다.
Q. 미래통합당이 '민주' 고려하는 이유?
A. 새 정강정책에 민주화와 근대화 모두를 담기로 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통합당 정강정책 개정특위는 지난 20일 '모두의 내일을 위한 약속'이라는 제목의 새 정강정책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김병민 비대위원은 정강정책 개정특위 위원장도 맡고 있는데요.
김 비대위원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한민국 현재가 있기까지 산업화와 민주화라고 하는 건강한 두 축으로 성장했다는 걸 부인하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정강정책 논의 과정에서 "자유한국당과 미래통합당을 거치면서 사라진 민주화라고 하는 용어를 다시 한 번 복원하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덧붙였습니다.
Q. '민주'는 민주당 계열에서만 쓴 거 아닌가?
A. '최근'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까진 그랬습니다.
4년 전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엔 보수 계열엔 새누리당, 민주 계열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갈라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진보 계열로 정의당이 있었습니다.
지난 4월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민주 계열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합집산을 반복한 끝에 국민의당과 민생당이 있었고, 보수 계열엔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을 거쳐온 미래통합당, 진보 계열로는 정의당이 있었습니다.
Q. 민주당 계열은 꼭 '민주'를 썼나?
A. 새정치국민회의와 열린우리당 때는 '민주'를 안 쓰기도 했습니다.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해 정계은퇴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5년 정계복귀를 선언하며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합니다. 기존 민주당이 김 전 대통령의 복귀를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에 새로운 정당명을 채택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국민회의 소속으로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습니다.
새천년민주당은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재집권에 성공합니다.
2004년 새천년민주당이 한나라당, 자민련과 함께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인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은 그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로 제1당으로 부상했습니다. 겨우 9석을 건진 새천년민주당의 당세는 급격히 꺾였습니다.
Q. 그럼 미래통합당 전신인 보수 계열 정당에서 '민주'를 쓴 적 있나?
A. 아이러니하게도 군부 세력이 정권을 찬탈한 뒤 만든 당들이 '민주'를 당명에 넣었습니다.
Q. 통합당 당명 계정, 갑자기 왜?
A. 통합당은 새 정강정책을 구체화하고 당 정체성을 확립하는 작업을 다음 달 중에 마칠 계획입니다. 그 과정에서 현재 영등포동에 있는 당사를 국회 앞 여의도로 옮기면서 새 당명을 걸겠다는 건데요.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새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누리고 있는 일종의 '컨벤션 효과'에 대한 대응책으로 당명 교체 등 이벤트를 꺼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나 행정수도 이전 같은 새로운 이슈로 여론의 주목을 받는 데 비해, 통합당엔 별다른 새로운 소식이 나오는 게 없는 상황이죠.
'통합'이 빠지는 건 확실해 보이는데, '민주'가 들어가는 중도 실용주의 성향의 당명이 나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뉴스 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