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18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어떤 공식적인 날도 아닌, 일본이 우리나라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날일뿐이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또 업체들이 일본과 우리나라 양국의 반응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날은 일본이 우리나라에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일청구권협정에 근거한 중재위원회 구성 요구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는 날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날입니다. 청와대가 사실상 어제(16일) 일본이 제시한 마지막 단계 중재위 구성 제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오늘 일본은 또다시 같은 요구만을 반복했습니다. 과연 내일 이후 어떤 추가 움직임이 있을지 특히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산업계에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18일 이후에도 상황이 반전될지, 아니면 더욱 악화할지 알기 어려운 일정들이 연이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실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가 사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일정입니다. 이번 분쟁을 사실상 선거에 이기기 위해 아베가 사용한 카드로 본다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선거 이후 전망도 아직 안개 속입니다. 일부에서는 선거 이후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일부에서는 아베 정권이 더욱 탄력을 받아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는 23일~24일 WTO 일반 이사회도 주요 분기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날 국제사회의 여론에 따라 일본이 변화의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생존 위한 전략과 행동은 많지만 말 아끼는 업계
어쨌든 현재 우리 산업계에서 가장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는 건 바로 18일부터 21일 사이, 넓게는 23일 사이에 일본의 추가 제재가 단행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실제 화이트리스트 제외까지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도발 가능성에 긴장감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EUV용 포토레지스터, 불화수소, 폴리이미드, 이렇게 단 세 가지 소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 승인이 막힌 것만으로도 이렇게 '난리'인데 여기서 더 어려워질 수 있다니 업체들 입장에서는 속 터지는 상황인 겁니다. 그런데 사실 어떻게 보면 더 답답한 건 말을 하자니 할 수도 없는 상황일 수도 없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 이걸 써? 말아? 함께 답답한 언론
제가 이 분야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기 전부터, 그러니까 수출규제 초반부터 해당 이슈를 취재하던 동료 기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사실 처음엔 언론이 괜히 우리나라 산업의 약점을 너무 세세하고 깊숙하게 보여주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취재를 해도 적당히 어느 선까지만 쓰자는 그런 공감대가 있었어요. 그래서 알아도 안 쓰고 그랬어요." 물론 일본은 이미 다 알고 공격을 했겠지만, 단어 하나하나에는 기자들의 고민이 담겨 있었던 겁니다.
그렇다고 또 공포를 조장할 수도 없습니다. 막 당장 당할 것처럼 말하기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그렇게 만만한 회사들이 아닙니다. 두 회사가 일본 반도체 업체들을 따라잡고 또 뛰어넘어 이 자리까지 온 건 대표적인 경영 성공 사례로 소개될 정도로 대단한 회사들이고, 거기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연구원들도 수준급이라는 건 세계가 알고 있습니다. 이 분야를 오래 취재해온 선배 동료들의 깊이 있는 취재 내용이 전해지지만 상당수는 이런 이유들로 인해 기사에 담기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괜찮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뭔가 결과적으로 두루뭉술한 기사가 나오게 되는 것도 제 실력 부족과 함께 이런 고민도 있었다는 걸 이 자리를 빌어 변명해 봅니다.
'할많하않'. 요즘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라는 말의 줄임말로 많이 쓰는 표현입니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의 상황은 이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꾹 참으며 버틴 만큼 추가적인 충돌 없이 양국의 상황이 잘 마무리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