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삼청동에서 영화 '기생충'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봉준호 감독은 내년 3월 열리는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노미네이트 및 수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와 관련해 뉴욕 타임즈 기사가 나왔더라. 우리가 또 'SRB'에 대한 부작용이 있다. SRB는 바로 설레발"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봉준호 감독은 "희망의 표현을 너무 과하게 하다 보면 네티즌들은 '설레발'이라고 냉정하게 채찍질 한다. 나도 외신에서 '이런 얘기를 하더라'까지만 언급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카데미 시상식의 심사 방식과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임권택 감독, 박찬욱 감독, 송강호, 이병헌 등과 함께 한국 대표로 매년 아카데미 주요 부문에 투표를 해오고 있다.
올해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외국어 영화상 예비 후보 10편에 이름을 올린 '버닝'의 예로 들며 "외국어 영화상 뿐만 아니라 감독상, 각본상 등 많은 부문의 후보로 거론됐다. '버닝'의 작품성과 이창동 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북미 평론가들의 찬사가 대단했고, 유수의 평론가협회 상도 받았다. 오스카 레이스에도 있었지만 아쉽게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버닝'이라는 작품이 가진 가치가 하락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아카데미 시상식은 칸이나 베를린처럼 국제영화제가 아닌 할리우드 중심의 시상식에 외국 손님을 끼워주는 그림이다. 이런 과정이 이어져서 잘 되면 기쁘고 좋지만, 안 됐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은 내년부터 국제 영화상(Academy Award for Best Foreign Language Film)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시상된다.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최종 후보에 오를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2년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과 루벤 외스틀룬드의 '더 스퀘어'는 최종 후보에 올랐다.
(SBS funE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