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열기를 몰아낼 것으로 기대되는 먹구름이 다가서면서 오늘은 수도권을 비롯한 중북부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 비가 내리는 모습이 영 마땅치 않습니다. 조용히 내리는 봄비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거든요.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던 경기도 동북부 일부에는 시간당 20mm 안팎의 장대비가 쏟아진 반면, 그 밖의 중북부에는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고 아예 비가 내리지 않은 지역도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보던 비의 모습인데, 맞습니다. 한여름에 흔히 볼 수 있는 비의 패턴입니다.
서울 등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 북부와 서해5도에는 40에서 100mm의 많은 비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강원 영동과 충청 남부, 경북북부 내륙의 강수량도 20에서 70mm가량으로 적지 않겠습니다. 그 밖의 남부와 제주도, 울릉도와 독도에는 10에서 40mm의 비가 예상됩니다.
문제는 수도권과 강원 영서 등 중북부지방입니다. 돌풍이 불고 천둥 번개가 치면서 시간당 20mm가 넘는 굵은 빗줄기가 사정없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강수량이 크게 느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요, 기상청은 12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비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여름철 게릴라성 호우로 볼 수 있는데요, 국지적으로 강한 비가 서너 시간 이어지면 물이 채 빠져나가지 못하고 역류하거나 지반이 약한 곳은 무너질 가능성이 큽니다. 주변에 무너질 곳은 없는지 미리 살펴 정비하고,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게릴라성 호우도 호우지만 강한 바람도 걱정입니다. 요란한 비가 내릴 때 갑자기 돌풍이 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데요, 특히 해안의 바람이 강하겠습니다. 강한 바람이 이어지면서 해상에는 물결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선박들의 안전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겠습니다.
다만, 이번 비로 고온현상은 한풀 꺾이겠습니다. 30℃를 웃돌던 기온이 25℃ 안팎까지 떨어지면서 평년수준을 회복하겠는데요, 비가 그친 뒤에는 당분간 평년수준을 오르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1980년대에는 서울 최고기온이 30℃를 넘은 날이 단 하루에 그쳤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에 30℃를 넘은 날이 7일로 늘었고, 2010년대에는 16일로 급증했습니다. 아직 3년이 더 남았는데도 말입니다.
이제는 6월부터 8월까지를 여름으로 보는 기계적인 계절 분류가 더 이상 의미를 갖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당겨지는 계절의 속도만큼 여름철 호우에 대한 대비도 당겨야 하겠는데요,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