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지난 4월 7일 첫 공판이 열린 지 122일 만에 특검과 삼성의 첫 번째 공방이 마무리됐고, 이제 법원의 판단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오는 25일을 1심 선고일로 지정했습니다.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이 부회장의 선고 결과는 박 전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할 '예고편'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되고 있습니다.
■ 특검 vs 삼성, 치열한 공방 이어진 '세기의 재판'
오늘 결심 공판까지 총 53차례의 재판에서 특검과 삼성 측의 법정 공방은 치열하게 전개됐습니다. 첫 공판부터 결심공판까지 123일이 걸린 것을 고려하면, 주말을 포함해 평균 매주 3차례 재판이 열린 셈입니다.
재판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특검 측에서는 공소 유지를 위해 특검보와 파견 검사 등 5명 안팎이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삼성 측에서는 매 재판 20명 안팎의 변호인단이 나왔습니다. 피고인인 이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 4명까지 더하면, 재판이 열릴 때마다 30여 명의 인원이 직접 참여한 겁니다.
■ 특검, '징역 12년' 구형 vs 이재용 측 "전부 무죄"
오늘 열린 결심 공판에서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습니다. 삼성 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 삼성전자 박상진 전 사장에게 각각 징역 10년, 황성수 전 전무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최 씨의 독일 회사에 돈을 송금해 재산을 국외로 도피시킨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또 최 씨의 딸 정 씨가 탔던 말의 소유권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른바 '말 세탁'을 한 사안에 대해서는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이 밖에도 특검은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승마 지원에 관해 보고 받지 못했으며 최 씨 모녀를 모른다"고 말한 것을 거짓 증언으로 판단하고 국회 위증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이 '견강부회'를 하고 있다며, "정황증거와 간접사실을 모아봐도 공소사실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헌법상의 무죄추정 원칙을 넘어설 수 없다"고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 이재용 1심 선고…박근혜 운명 '예고편' 되나?
이 부회장의 1심 선고 기일은 오는 25일로 결정됐습니다. 이달 27일인 이 부회장의 구속 만기일이 고려된 결정으로 보입니다. 이 부회장의 1심 선고는 본인뿐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부회장은 뇌물을 준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다면,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역시 유죄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소 시점이 달라 재판은 독립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사건이 동일한 만큼 '준 사람은 유죄인데 받은 사람은 무죄'라는 모순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 18개 혐의받는 박근혜…뇌물죄 벗어도 험로 예상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뇌물 혐의 재판에서 유리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는 25일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가 무죄로 판명 나더라도 박 전 대통령에게는 롯데와 SK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남아 있습니다.
또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삼성으로부터 금전 지원을 받아낸 행위를 뇌물이 아닌 '강요'와 '공갈' 등으로 판단해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전체 혐의가 18개에 달하는 만큼 재판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