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경기도 남양주에서 벼 베기 작업을 하던 50대 농부가 열흘이 지난 뒤 황급히 인천의 가천대 길병원 응급센터로 이송됐습니다. 39도가 넘는 고열과 두통, 근육통 등 감기증세를 보여 집 근처 병원에서 약을 타 먹었는데 차도가 없었던 겁니다. 이 환자는 소변이 안 나오고 혈압까지 떨어져 의식까지 잃었는데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을 정도로 상태가 위중해졌습니다. 검사결과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단풍철인 10월과 11월 두 달이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점입니다. 질병관리본부가 털진드기 유충을 채집해 조사해봤는데 10월8일~14일까지 개체수가 증가한 이후에 10월22일~28일에 최대 정점을 보였습니다. 이 기간 환자 발생도 급증합니다. 지난해 9천5백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90%인 8천5백명 가량이 10,11월 두 달에 집중됐습니다. 올해는 환자가 더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털진드기 개체수는 산란기인 8월 평균 기온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 올해는 폭염으로 8월 기온이 26.7도로 지난해 보다 1.5도나 높았기 때문입니다. 2013년 8월 평균 기온이 27.3도였을 때 환자는 1만 명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도 환자가 1만명에 육박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연도 | 2012 | 2013 | 2014 | 2015 | 2016 |
월 평균기온 (℃) | 26.4 | 27.3 | 23.8 | 25.2 | 26.7 |
털진드기 트랩지수* | 28.0 | 34.1 | 3.5 | 16.7 | - |
쯔쯔가무시증 환자 | 8,604 | 10,365 | 8,130 | 9,513 | ? |
털진드기는 풀숲에서 전체의 40% 가량 채집되고 이어 밭 35%, 논 13.4%, 수로 11.7% 등의 순서로 관찰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털진드기는 성충보다 유충이 더 위험하다는 겁니다. 유충은 주로 들쥐 등 설치류와 토끼 등 작은 포유류의 체액을 빨아먹고 성장합니다. 포획된 들쥐의 귀를 자세히 보면 유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을 공격하는 것도 이 유충들입니다. 이 때 침샘에 있던 병원균이 몸속으로 들어와 발병하는데 단풍철 행락객들이 늘어나고 논, 밭에서 수확 작업도 겹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맘 때 환자 발생도 급증하는 겁니다.
때문에 산이나 들로 야외활동을 나갈 때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예방하려면 긴 옷을 입어 최대한 피부노출을 피하고 풀숲이나 논, 밭에서 활동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겉옷은 밖에서 턴 뒤 반드시 옷을 세탁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샤워할 때 몸에 붉은 반점이나 부풀어 올랐는지, 딱지 같은 건 앉지 않았는지 관찰해야 합니다. 야외 활동할 때 진드기 기피제를 몸에 뿌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잔디나 들풀에 함부로 앉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들쥐의 배설물에 의해 옮겨지는 랩토스피라증이나 신증후군출혈열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