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조 예산심사 회의록 분석…"의원님, 왜 또 그러셨어요?"

비디오머그 X 마부작침 "의원님, 예산심사 왜 또 그렇게 하셨습니까?"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9.01.31 20:42 수정 2019.02.04 16:1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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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가 정한 올해 우리나라 예산은 약 470조 원입니다. 예산 심사 때면 늘 깜깜이다, 밀실 심사다, 나눠 먹기다 말이 많습니다. 지난해 말에도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긴 끝에 겨우 통과됐는데 그래서 SBS 데이터저널리즘 팀인 마부작침과 소셜미디어 비디오머그가 예산 심사 때 과연 무슨 말이 오갔는지 국회 회의록을 모두 조사했습니다.

나랏돈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 과연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따져본 건지 먼저 리포트 보시고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국가 예산은 곧 세금이다. 시민이 허투루 벌어서 낸 돈이 아닌 만큼 이 돈을 쓰려면 심사도 허투루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회 예산 회의록 5,400여 장을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묻게 됩니다. '의원님, 예산심사 왜 '또' 그렇게 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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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3일, 국회 환경노동위 예산소위 회의록.

[박천규 환경부 차관 : 서울시 노후불량 하수관로 정비사업입니다. 400억 원 증액 의견 주셨는데요. 서울시는 국고보조에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한정애 의원 : 저희가 지자체나 이런 데서 신청을 했기 때문에 어쨌든 예산 반영을 요구했습니다.]

'어쨌든' 요구했다는 이 예산은 하수관로 정비사업입니다. 보조금 관리법 시행령입니다.

하수관로 정비사업은 광역시나 도청 소재지, 시·군 등에만 보조금을 줄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서울특별시는 줄 수 없다는 뜻인데 정부 예산안에 없던 서울시 노후 하수관로 정비사업 예산은 국회에서 391억 원이 편성됐습니다.

예산을 요청한 의원들은 6명입니다.

[박홍근, 설훈, 송옥주, 전현희, 조정식, 한정애 의원. 6명 모두 민주당 소속.]

취재진은 지난해에도 시행령을 어긴 예산 편성을 지적했습니다.

[한정애 의원/서울시 하수처리장 예산 관련 (지난해 1월) : 시행령을 조금 벗어나긴 했지만, 시급성 여부를 따져서 국회에서 요청을 했고…. (그러면 이걸(시행령) 먼저 고치시는 게 맞지 않을까요?) 고치는 게 나은데….]

2년 전 한정애 의원이 관련 법 개정안을 냈지만 서울시에 보조금을 주기에는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지적이 나왔고 법안은 계류 중입니다.

그런데 올해 또 같은 방식으로 예산이 편성된 겁니다.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 (올해 1월) : (올해 회의록을 또 보다가 같은 시행령에 (위배)된 게 있어서 좀 여쭤보려고 왔는데….) 일단 저희 비서관하고 먼저 이야기를 해보시겠어요.]

한 의원 측은 법령에는 어긋나지만 안전 문제라 예산 지원을 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시행령을 어겨 서울시에 예산이 배정되는 사이 증액을 요청했던 경기도 등 28개 지자체는 지원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배인명/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 : 효율적으로 예산을 결정하기 위해서 보조금법이나 시행령이 결정된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국회의원들이 지키지 않는다면 더욱더 큰 문제죠.]

법령을 어기는 등 정부의 예산 편성 원칙에 맞지 않는 사업은 2019년 예산에서 37개 사업, 1,002억 원으로 분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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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회에서 어떻게 예산 심사를 한 것인지 아예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은 사업이 지난해보다 2배 반 정도 늘었습니다. 이렇게 국민들 모르게 예산이 편성된 사업이 과연 제대로 추진됐을지 저희 취재진이 한 고속도로 사업을 살펴봤습니다.

<기자>

지난해 11월 8일, 국회 국토교통위 예산소위 회의록.

[김석기 의원 : 영일만 횡단 고속도로 건입니다. 내년에 예산이 국비가 반영이 안 된 상태인데 (중략) 신규 반영해 주면 좋겠습니다.]

[손병석 국토부 제1차관 :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KDI에서 했습니다. 그 결과 사업 추진이 부정적인 것으로 나왔습니다.]

(11월 12일) 나흘 뒤

[박희석 전문위원 : 수용 곤란한 것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소위의 결론만 봐서는 예산 배정이 무산됐을 법한 영일만 횡단 고속도로 예산.

총 사업비 1조 7천억 원 공사에 설계비 명목으로 10억 원이 책정됐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

[김석기 의원/자유한국당 : 그쪽(박명재 의원)에서 이걸(영일만 대교 예산 증액) 얘기를 해달라고 요청이 와서 그냥 얘기를 했습니다.]

해당 지역구 의원이 부탁해 심사 때 도와줬다는 겁니다.

사업성 떨어지는 지역사업 예산이 어떻게 국회를 통과했을까.

[박명재 의원/자유한국당 : 쪽지예산. 일명 쪽지예산이라 불려도 좋고 사실 넣었습니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절대로 필요하고 중국, 러시아에 이르는 소위 아시안 하이웨이의 출발점입니다.]

영일만 횡단 고속도로 사업은 지난 2008년부터 추진됐습니다.

그러나 2009년과 2011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정부의 조사 결과가 나왔고, 2017년 재검토 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도 해당 지역 의원의 줄기찬 요구로 3년 연속 예산이 배정됐고 결국, 한 푼도 못 썼습니다.

최근 이 사업은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에서도 탈락했습니다.

정부가 경제성뿐만 아니라 지역균형발전 관점에서도 우선순위가 뒤처진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번 예산까지 4년 연속 예산만 타 놓고 못 쓰게 될 처지입니다.

[권오인/경실련 경제정책팀장 : 공익적 차원보다는 지역구, 지역 민심, 표를 잡기 위한 정치적인 의도가 너무 강한 측면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영일만 고속도로처럼 사업성이 낮은데도 예산이 편성된 사업은 모두 11개, 131억 원 규모입니다.

<앵커>

저희 취재팀이 2년 연속 국회 예산심사 회의록을 모두 조사한 결과 지난해와 비교해서 조금 나아진 것도 있었지만 앞서 보신 대로 더 심각해진 점도 있었습니다. 국민은 자신이 낸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정확하게 알 권리가 있습니다. 나랏돈을 어디에 쓰는지, 혹시 국회의원들의 이익과 관련돼서 허투루 쓰이고 있지는 않는 건지 저희는 앞으로도 예산심사 과정을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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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심영구 채희선 이성훈 김학휘 안혜민
영상취재 / 조춘동 이용한 김승태
영상편집 / 김경연
브랜드디자인 / 한동훈 장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