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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박 반장] "이거 아마추어 같이 왜 이래?"

정치부 박병일 기자입니다.

요즘 "어, 이거 아마추어 같이 왜 이래?"라는 유행어가 세간에 인기입니다. 한마디로 "쿨 하지 못하게 왜 이래?"라는 의미와 같다고 할 것입니다. 프로페셔널의 반대말인 아마추어라는 단어의 어감이 약간 다르게 쓰인 것이라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작금의 집권 여당을 보면 "아마추어 같이 왜 이래?"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프로페셔널 같지 못하거니와 쿨 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주요 정책을 놓고 엇박자를 내면서 오락가락 하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직후 인수위에서 설익은 정책을 남발하면서 비난 여론을 받았던 기억을 완전히 잊은 듯 또 다시 집권 여당이 정책 혼선을 스스로 부채질 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SBS 8시 뉴스를 통해 보도해 드렸습니다만, 정부 여당의 정책 혼선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보도에서 보셨듯, 정부는 장기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겠다고 지난달 15일 발표했습니다. 이미 당정 협의를 거친 사안이라며 국회 법안 통과를 자신했습니다. 발표 다음 날인 16일 부동산 소유분에 대해서부터 적용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이에 반응하기 시작하면서 옴짝달싹 하지 않던 집값이 서서히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아마도 이 정책을 발표하면서 죽어있는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켜 전반적으로 경기를 '붐업' 해 보겠다는 것을 염두에 뒀을 겁니다. 하지만 첫 제동은 여당에서 걸렸습니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제동 대열의 선두에 섰습니다.

홍 원내대표의 반대 논거는 이렇습니다. 우선, 투기꾼 감세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둘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미분양 주택 해소에 도움이 안될 거라는 겁니다. 기존 주택에 대한 부동산 거품만 발생하지 지방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소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른바 부자 정당이라는 비난만 받을 뿐 경제적 실익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겁니다.

반대로 같은 당, 그것도 원내대표단의 또 다른 한 축인 임태희 정책위의장의 생각은 전혀 다릅니다. 경제 문제를 정치적 논거를 풀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다주택자 중과세는 이전 정부가 부자들에 대한 징벌적 세제의 성격을 갖고 있는 정치적 멍에인 만큼 경제적 논리를 감안해 보면 이 징벌적 세제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의원 총회에서도 이런 찬반 논란이 고스란히 벌어지면서 당론을 정하는데 실패했습니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당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벌이겠다고 했지만 현재로서는 이 법안은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답답한 것은 이런 혼선이 발생할 때까지 정부와 여당은 뭘 했냐는 겁니다. 당정협의를 거쳤다고 하면서 왜 다시 당의 반발로 인해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생기는 걸까? 홍준표 원내대표는 정부가 이 방안을 검토하고 발표할 당시 제주도에 휴가가 있었습니다. 정부로부터 제대로 보고를 받거나 논의를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설혹 그렇다 해도 같은 원내대표단내에 있는 임태희 정책위의장과는 왜 사전에 논의하지도 못했을까요? 홍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못하지만 아마도 이 문제가 이렇게 까지 파장을 미칠 사안인 줄을 당시엔 몰랐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게다가, 홍 원내대표의 지역구는 서울 동대문입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의 지역구는 분당입니다. 홍 원내대표가 부자 정책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전례가 많았는데 지역구 영향을 무시하지 못할 겁니다. 반대로 임 정책위의장은 정부와 보조를 맞춰야 하는 여당의 정책위의장이라는 점과 더불어 지역구가 부자 동네라는 점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부 여당은 여러 가지를 잃게 됐습니다. 우선 홍 원내대표의 주장대로 원점으로 회귀하게 된다면 부자 감세라는 비난을 피하면서 동시에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감만 키워 앞으로 정부가 어떤 정책을 발표하더라도 시장이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부작용을 얻게 될 겁니다.

반대로, 종국적으로 홍 원내대표가 임기가 끝나는 5월 이후에 임태희 정책위의장의 주장대로 이 정책이 다시 되살아난다면 어려운 경제난의 물꼬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부자 정당이라는 야당의 강력한 비판과 부동산 시장이 가열되면서 거품으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겪게 될지 모릅니다.

정부 여당이 보다 신중했다면, 그리고 사전에 충분히 조율을 거쳤더라면 이런 진퇴양난의 문제는 슬기롭게 피해 나갈 수 있었을 겁니다. 아니면 그보다 더 근본적이고 좋은 방법도 있습니다. 당론을 정하지 않고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여야가 치열한 논쟁과 조율을 통해 해법을 도출해 내도록 하는 겁니다. 농림해양수산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던 농협법 개정안이 여야가 당론을 정하지 않은 채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하고 조율하면서 해법을 찾아낸 것은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좋은 귀감이 될 겁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현상이 있습니다. '야당 같은 여당', '여당 같은 야당'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지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집권 여당이 정책 혼선을 자초하고 우왕좌왕하면서 야당같은 여당의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겁니다. 빨리 아마추어 티를 벗고 프로페셔널이 됐으면 합니다.

 

[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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