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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보증금 피해로 세상 떠난 남편…하루하루가 고통입니다"

"전세 보증금 피해로 세상 떠난 남편…하루하루가 고통입니다"
▲ 전세사기

"전세 보증금 피해로 고통스러워하던 남편이 얼마 전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어제(1일) 경기 성남시 한 다가구 주택의 임차인 A(56) 씨는 통화에서 전세 보증금 문제로 힘들어하던 남편 B(57) 씨가 고인이 된 사연을 전하며 흐느껴 울었습니다.

B 씨는 지난달 18일 새벽 해당 다가구주택의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같은 날 오전 8시쯤 다른 주민에 의해 발견된 B 씨는 곧바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습니다.

당시 서울에서 근무 중이었던 A 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급하게 이동했습니다.

그러나 달리는 택시 안에서 사망 판정을 내린 의사의 연락을 받고선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A 씨 부부가 2023년 10월 이 다가구주택에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까지만 해도 이런 비극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A 씨는 B 씨가 해당 다가구주택을 마음에 들어 해 세 들어 살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보증금 2억 5천만 원에 월세 50만 원을 내는 조건으로 방 3개로 이뤄진 이 집에 대해 2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었습니다.

A 씨는 "나이 들고 공기 좋은 곳에서 지내기로 결심하고 원래 갖고 있던 아파트를 팔아 이 집으로 들어온 것"이라며 "평일에는 서울의 자녀 집에서 지내다가 주말에는 이곳에서 남편과 시간을 보내고는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평온했던 일상은 지난해 8월 세대 앞에 나붙은 경매 실행예정 사실통지서를 발견하면서 한순간에 산산조각 났습니다.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기 전이었지만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A 씨는 급히 경찰에 임대인 C 씨 등을 대상으로 한 고소장을 냈습니다.

B 씨가 우울증을 앓기 시작된 것도 이때 무렵이었다고 A 씨는 설명했습니다.

A 씨는 "남편이 집이 경매로 넘어간다는 걸 알게 된 시점부터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았고 지난해 9월부터는 정신과 진료도 받았다"며 "특히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부터는 굉장히 불안해해서 물 삼키는 것도 힘들다고 할 정도였다"고 전했습니다.

B 씨가 따로 유서를 남긴 것은 아니지만, A 씨는 B 씨가 전세 보증금 문제로 세상을 등진 것이 분명하다고도 말했습니다.

A 씨는 "전세 보증금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해외로 가족여행도 가고 괜찮았는데 사건이 터진 뒤엔 이 집에만 들어오면 숨이 막힌다고 했다"며 "집 안이 아닌 모두가 볼 수 있는 야외 주차장을 마지막 장소로 택한 것도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남은 가족은 생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너무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임대인은 연락도 제대로 닿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 부디 강한 처벌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습니다.

현재 성남수정경찰서는 C 씨 등 친인척 관계에 있는 4명을 사기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9명으로부터 접수해 수사 중입니다.

고소인들은 C 씨가 보유한 성남시 다가구주택 2채에 살고 있으며 모두 합쳐 24억 원의 전세 보증금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울 수서경찰서에도 C 씨 등으로부터 전세 보증금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C 씨 등이 다른 사업을 하던 중 자금 융통이 어려워지면서 이 같은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고소인 및 피고소인 조사를 진행하며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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