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 10월 민간인 집단학살이 자행된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송산리에서 15일까지 25구의 유해가 발굴된 가운데 당시 학살에 사용된 창날로 추정되는 금속 5개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총알이 아까워 죽창을 사용했다더니…"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송산리(은골)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 한쪽에서 창날로 추정되는 쇠붙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난 3일부터 유해 발굴이 진행 중인 이곳은 1950년 10월 초 북한군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적게는 80명, 많게는 300명이 학살된 장소입니다.
지금까지 25구의 유해가 발굴된 가운데 40㎝가량의 녹슨 금속도 5개 발견됐습니다.
한쪽 끝이 뾰족한 이 금속의 반대쪽에는 나무가 끼워져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원형 고리가 있어서, 학살에 사용된 창날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해 발굴 중인 더한문화유산연구원의 조영선 조사연구팀장은 "현재 상태로는 이 금속의 정확한 용도를 단정할 수는 없다"며 "학살에 죽창이 쓰였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에서는 M1 소총 탄피 10개가량과 탄두 1개,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신발도 발굴됐습니다.
조 팀장은 "1990년대 대전전파관리소 당진사무소 관사를 지을 때 여러 구의 유해가 나와 이곳에 안장했다"며 "당시 안장된 유해는 모두 부식됐을 테고, 지금 발굴되는 유해는 다른 희생자들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발굴 작업은 일단 이번 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더한문화유산연구원은 당진시와 연장 여부를 협의하고 있습니다.
유해들은 감식을 거쳐 세종시에 있는 추모의 집에 안치됩니다.
5살 때 아버지를 잃은 임홍빈 희생자유족회장은 "유족들은 '빨갱이 자식'이라는 낙인을 피해 뿔뿔이 다른 곳으로 떠났다"며 "농사를 짓다가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학살된 희생자들의 명예가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도 할아버지나 아버지 시신조차 찾지 못한 유족들이 전국에 있다"며 "이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정부가 유해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