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모습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이후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고 지지자를 향해 메시지를 내면서 차기 대선에서 세력화를 위한 정치 행보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파면 이후 사저에서 칩거에 들어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윤 전 대통령이 사저로 옮긴 후 대선 주자와 정치인을 만나며 '사저 정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미 파면 이후 관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여러 대선 주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5일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을 예방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나 의원에게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6일에는 윤상현 의원이 관저를 찾아가 윤 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이 신당 창당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전하며, 윤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 움직임이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윤 의원은 이날도 탄핵 반대 집회에서 목소리를 높여온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와 함께 관저를 방문해 윤 전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날 출마 선언 직후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을 만났다고 밝히며 윤 대통령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시 볼 것은 충성심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국민의힘 유력 대선 주자 중 하나인 한동훈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처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국면과 맞물려 윤 전 대통령이 대선 주자들을 선별적으로 만나고, 이들을 통해 강성 지지층을 대상으로 윤심(尹心)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윤 전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 신평 변호사는 지난 7일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이 예언자적 지위에서 점지하는 사람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사저 정치의 동력에는 한계가 뚜렷하고, 되레 역풍만 불러올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될 경우 강성 지지층이 격렬히 반발할 것이라는 선고 전 우려와 달리 헌재 결정에 대한 수용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다 시위대 규모도 줄어들어 사저 정치를 견인할 동력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여론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윤심의 후광은 당내 경선에서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본선에서는 계엄과 탄핵에 대한 책임론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윤 전 대통령 본인의 형사재판과 수사기관의 수사도 사저 정치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14일부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와 관련한 정식 형사재판이 시작되고, 수사기관의 소환 통보도 줄줄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재판과 수사에 대응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사저 정치에 힘을 쏟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편,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이르면 오늘(11일)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이주할 예정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0일 윤 전 대통령의 퇴거 일정과 관련해 "주말은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