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딥한 백브리핑 : 딥빽', 복잡한 이슈를 김혜영 기자가 쉽고도 깊이 있게 설명해드립니다.
원자 폭탄 334개와 맞먹는 엄청난 위력의 규모 7.7 강진이 미얀마를 강타한 지 닷새째가 됐습니다. 인명구조 골든타임인 72시간을 훌쩍 넘긴 가운데 사망자 수가 2천 명을 넘어섰다고 미얀마 군부가 밝혔습니다. 식수와 전기조차 공급이 단절된 곳이 많은 데다 열악한 보건 환경으로 전염병 확산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4년 간 군부 독재와 내전, 그리고 강진 피해까지 크나큰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이 와중에 미얀마 군부는 구호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내전 폭격을 강행해 최소 7명을 숨지게 했습니다. 미얀마 민주진영의 임시정부인 민족통합정부(NUG)가 휴전 선언을 했지만, 미얀마 군부는 이에 응하지 않고 공습을 강행한 것입니다.
반대세력은 물론 민간인까지 표적으로 삼는 군부의 학살은 2021년 쿠데타 이후 더 포악한 수법으로 이뤄지고 있고, 미얀마 시민들은 붕괴된 경제와 정치 상황, 그리고 강진 피해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습니다.
팩트는 기본, 맥락까지 전해드리는 딥빽은, 군부 치하에서 강진이라는 또 하나의 고통을 겪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의 상황을 담아봤습니다.
미얀마를 강타한 규모 7.7 강진, 실제 상황은 더욱 심각...통신, 전기, 물 끊기고 구조도 쉽지 않다
미얀마의 사망자 수는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어제 저희가 영상으로 전해드릴 때만 해도 1천700명으로 집계되었지만,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2천28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사망자가 무려 1만 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71%에 달한다고 추정한 상황입니다.
현재 구조 작업이 네피도와 만달레이 등 군부 통제 지역에 집중돼 있는 반면, 외곽 지역은 사실상 구조의 손길이 닿지 않는 상태입니다.

현지에서는 통신과 전기가 끊어져 내부 상황을 사실상 정확히 알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또한 식수 공급이 안 되는 최악의 상황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얀마에서는 한인 주택도 일부 부서지고 물과 전기가 끊기는 등 피해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교민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현지에서는 필사의 구조 작업을 펼지고 있는데, 구조대와 시민들은 마땅한 장비가 없어서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지금 보시는 사진은 미얀마의 한 남성이 지진 잔해 아래에서 숨진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오열하는 모습입니다. 이 남성은 "내가 엄마의 이름으로 (엄마를 대신해서) 불경을 들었습니다. 좋은 곳으로 가세요 엄마... 내 걱정하지 마, 알았지? 엄마..."라며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이번 강진의 여파는 태국 방콕과 중국 윈난성까지 미쳤는데 한국시각 3월 31일 기준 태국의 사망자는 18명, 실종자는 83명, 중국 윈난성의 부상자는 2명으로 파악됩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주(駐)미얀마 중국대사관은 이날까지 이번 강진으로 중국인 3명이 숨졌고 14명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참사 속에도 폭격 강행한 미얀마 군부..."지진 일어나고 겨우 한 시간도 안 지나서 전투기로 폭격"
이번 지진은 미얀마에서 1912년 이후 100여 년 만에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평가가 되는데, 민 아웅 흘라잉이라는 인물을 포함한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이후 약 4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안 그래도 고통을 받고 있던 미얀마 시민들로서는 또 하나의 크나큰 악재와 고통을 받게 된 상황입니다.
미얀마 군부는 참사 와중에도 내전 폭격을 강행해 최소 7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미얀마 반(反) 군부세력이자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민족통합정부(NUG) 관계자는 저희와의 인터뷰에서 민족통합 정부가 휴전 선언을 했지만 미얀마 군부는 무응답 상태라며 군부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저희가 접촉한 또 다른 미얀마인들도 매우 강한 어조로 미얀마 군부를 규탄했습니다.

쬬산 ㅣ 한국 거주 미얀마인
지진이 일어나고, 겨우 한 시간도 안 지나서 전투기로 폭격을 시작했어요. 그 이후에도 계속 여러 지역을 폭격함으로써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어요.
도대체 이런 재난 속에서도 어떻게 자국민을 공격할 수가 있죠? 정말 악마보다 더 무섭고, 짐승 같은 집단이에요.
지진이 일어나고, 겨우 한 시간도 안 지나서 전투기로 폭격을 시작했어요. 그 이후에도 계속 여러 지역을 폭격함으로써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어요.
도대체 이런 재난 속에서도 어떻게 자국민을 공격할 수가 있죠? 정말 악마보다 더 무섭고, 짐승 같은 집단이에요.
강진 이전에도 미얀마는 휘청이고 있었다...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내전,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내전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혹시 영상 보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과거 2021년 2월 1일에 에어로빅을 하는 교사 뒤로 군부 쿠데타의 움직임이 포착된 적이 있었는데요. 이 날이 바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당일의 모습입니다.
군부가 왜 쿠데타를 일으켰느냐, 그 명분을 보면요. 미얀마 군부가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당이 2020년 11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것에 대해서 "부정선거다"라는 억지 주장을 하면서 일으켰는데요. 미얀마 군부는 압승한 정당 인사들을 줄줄이 체포한 뒤에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미얀마 시민들은 이에 참지 않고 쿠데타 당일부터 저항하는 대규모 평화 시위에 나섰습니다.
평화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군부가 무력으로 진압함에 따라 사상자들이 속출하게 되는데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2025년 3월 28일까지 군부 폭력으로 숨진 사람만 6천468명, 체포된 시민들은 2만 8천954명, 이 가운데 2만 2천159명이 여전히 구금 상태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에 따라 군부 쿠데타만 없었더라면 지금쯤 의원을 하고 있었을 인사들, 연방의회대표자회의(CRPH)가 중심이 되어서 민주진영의 임시 정부, 정확히는 NUG라는 민족통합정부를 2021년 4월에 만들었는데요. 이 정부 산하에 PDF라는 시민 방위군을 만들고 또 다른 소수민족 투쟁 세력들까지 규합해서 군부를 겨냥해 무력으로 대항하기 시작했습니다.

분쟁을 감시하는 비정부 기구인 ACLED가 작성한 쿠데타 이전과 이후의 미얀마의 분쟁 상황을 보여주는 지도인데요. 왼쪽이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인 2017년부터 2021년 1월까지이고 오른쪽이 쿠데타가 일어난 이후인 2021년 2월부터 2024년 10월까지인데,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에도 군과 소수민족 무장조직 등 간의 정치적 폭력 분쟁이 있긴 있었습니다만 오른쪽 지도에서 보듯이 쿠데타 이후에는 훨씬 더 많은 지역에서, 그야말로 미얀마 전국적으로 폭력 사태가 확산된 것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군부는 자신들이 통제하는 영토가 1962년 처음 군부가 무력으로 장악한 이래 가장 적은 규모를 장악하고 있을 정도로 반군부 세력의 강경한 무장 투쟁에 직면을 하게 되니까 더 많은 학살이 가능하도록, 즉 공습을 통해서 원격으로 타격할 수 있도록 전술을 바꾸고 더 공세적인 태세를 이어왔습니다.

2023년에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은 군 공습 사건이 253건이었는데 2024년에는 3배 이상 증가해서 776건의 공습 사건이 발생한 것을 확인하실 수가 있습니다. ACLED의 데이터에 따르면 전국의 공습으로 1월에만 15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부는 이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병력 충원을 위해서 징집법을 시행을 해도 제대로 충원이 안 되니까 심지어 강제로 젊은이들을 납치하기까지 했습니다.

한 번에 무려 수백 명이 납치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는데 납치 사건의 수는 2024년 12월에 170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쿠데타 이후 이어진 혼란에 미얀마의 경제 또한 붕괴됐습니다.

지난 10년간의 경제 성장이 역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20년 미얀마 국내총생산(GDP)은 790억 1천만 달러, 우리 돈 116조 2237억 원이었는데, 2021년 663억 5천만 달러, 우리 돈 97조 6008억 원으로 급락했고, 2022년에는 622억 5천만 달러, 우리 돈 91조 5697억 원으로 하락한 바 있습니다. 그 이후 소폭 상승을 했지만 여전히 회복이 난망한 상황입니다.
'쿠데타 4년' 미얀마, 어떻게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을까...민족통합정부(NUG) 인권부장관의 여러 대답 중 하나는 이것이었습니다
사실 미얀마의 군부는 영국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할 때만 해도 영웅으로 추앙을 받았지만 거의 60년 넘게 독재하면서 경제도 파탄 내면서 민심이 돌아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얀마의 역사를 보면 민주주의 세력이 집권을 했다가 다시 군부에 정권을 빼앗기는 일이 반복이 되었는데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느냐, 이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지난해에도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NUG 인권 장관을 직접 만나서 이 콘텐츠를 제작한 바가 있는데요.
무려 14만 명가량의 사망자와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던 사이클론 나르기스 당시 혼란기를 틈타서 군부가 만들었던 악질적인 헌법을 고치고 새롭게, 즉 시민의 기본권이 보장이 되고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간의 명확한 권력 분립을 강화하는 새로운 민주주의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민주 세력이 강조한 바가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