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에서 이른바 갭투자를 막았던 토허제 봉인이 풀리자마자 해제 대상인 아파트는 물론 해제에서 제외된 강남 3구 내 단지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변 지역으로도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면서 토허제를 너무 일찍 푼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토허제 확대 시행으로 당장은 거래량과 거래 가격이 주춤할 수 있다는 분석이 시장에서 나옵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강남 3구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고 있어서 토허제 자체가 시장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시가 지난달 13일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 291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푼 이후 해당 아파트 단지는 물론 다른 지역으로까지 가격이 빠르게 올랐습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지난달 국토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전용면적 84㎡의 평균 거래가가 서초(31억 4천43만 원), 강남(27억 634만 원), 송파(20억 2천813만 원) 모두 20억 원이 넘었습니다.
강남 3구 집값이 동시에 20억 원을 상회한 것은 집값이 고점이던 2021년 11월 이후 3년 3개월 만으로, 토허제 해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나아가 개별 단지의 최고가 경신이 계속됐습니다.
토허제 해제 대표 수혜 단지 중 하나로 손꼽힌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30억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잠실도 '평당 1억'을 눈앞에 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집값 상승세가 토허제 해제 지역을 넘어 주변 지역으로 확산됐습니다.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토허제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음에도 전용 76㎡가 지난달 27일 역대 최고가인 31억 7천7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마용성 등 주변 지역으로도 수요가 옮겨가며 3월 둘째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 마포 0.21%, 용산 0.23%, 성동 0.29% 등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부동산 시장 양극화 현상 속에서 강남 3구 등과 달리 하락세를 보였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도 최근 하락을 멈추고 보합(0.00%) 또는 상승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국토부도 오늘 브리핑에서 최근 주택시장 동향을 발표하며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상승 폭이 확대되다가 지난달 말부터 상승세가 서울 대부분 자치구로 확산됐다고 밝혔습니다.
국토부는 "과거 시장 상황과 비교할 때 최근 집값의 상승 속도나 상승 폭, 확산 속도가 이례적이며 단기간에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경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토허제 해제발 부동산 관심이 증가하면서 거래량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5천506건으로 전월(3천370건)보다 63% 증가했습니다.
특히 갭투자 비율이 반등하며 상급지 위주로의 수요 유입이 나타났습니다.
서울 강남 3구의 외지인 주택 매수 비율은 지난해 7월 64.5%에서 지난 1월 55.3%로 꾸준히 하락하다가 지난 2월 62.4%로 급반등했습니다.
또한 강남 3구의 자금조달계획서상 기존 임대차 승계 비율을 보면 지난 1월 35.2%에서 지난달 43.6%로 뛰었습니다.
송파구 가락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하는 A 씨는 "토허제 해제 후 지역 주민들의 매매 문의가 늘어난 것은 물론 지방에서도 올라와서 집을 본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정부가 토허제 해제를 단순히 번복하는 수준에서 넘어 용산까지 확대 지정하고 필요 시 추가 지정 등 다른 조치도 취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초반에 집값 상승세를 확실히 꺾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렇게 폭넓게 토허제를 지정한 경우는 없었다"면서 "최근의 상승세가 서울 외곽까지 번질 수 있다는 인식에 따라 시장의 불안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려고 강력한 조치를 택한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과거 경험을 볼 때 이런 정책이 나오면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 상승세도 둔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도 "규제든 완화든 정책이 나오면 일시적으로 영향이 있다"며 "2020년 6월 토허제 지정 때 해당 지역의 가격이 하락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공급 감소와 입주 물량 감소, 수요자들의 '똘똘한 한 채' 선호 등 제반 여건을 볼 때 상승 폭 둔화를 넘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어렵다고 내다봤습니다.
함영진 랩장은 "서울 분양시장의 낮은 공급 진도율, 내년의 준공 물량 감소, 봄 이사철 임대차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거래량은 다소 준다고 해도 가격까지 꺾이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양지영 수석은 "과거 사례를 보면 거래량은 줄지만 일부 거래가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전체 가격을 끌어올리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집값을 자극하는 다른 변수가 많다면 결국 반등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똘똘한 한 채 선호로 규제 주변 지역이 오르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거나 규제 우회로를 찾는 꼼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위원은 "실거주 요건을 맞춰서라도 사려고 한다거나 우회로를 찾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택 구매 수요가 토허제로 묶이지 않은 한강변 등으로 분산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시가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무시하고 무리해서 해제하는 바람에 괜히 시장에 사야 할 곳만 알려주는 모양새가 됐다"며 "이제는 강남 3구와 용산만이 아니라 마포, 성동, 강동, 광진까지 다 묶어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