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청과물 가게 사장 살인 사건'을 추적했다.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영훈 씨 가족은 그날도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시작했다. 아버지 상철 씨는 새벽 3시가 넘은 시각 영훈 씨와 매입할 물건을 상의하며 집을 나섰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영훈 씨의 전화가 울렸다. 아버지 상철 씨가 쓰러져 발견되었는데 상태가 너무 안 좋다는 것. 그리고 상철 씨는 그 후로 결국 깨어나지 않았다.
입꼬리부터 귓불 근처까지 깊고 긴 열상을 입었다는 상철 씨. 그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서 끔찍한 죽음을 맞았다. 그리고 CCTV에는 당시 상황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3시 30분경 아들과 통화 마치고 밖으로 나온 상철 씨는 도로변에 주차한 차량으로 향했다. 그런 그를 흰색 헬멧을 쓴 남성이 쫓았고 상철 씨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쓰러진 상철 씨. 하지만 남성은 그를 계속 공격했고 약 3분 뒤 현장을 유유히 떠났다.
전문가는 시신에 남은 상처로 봐서 단순 강도나 비면식범으로 볼 수 없다며 "입을 베는 손상은 절창이라고 하는데 이런 상처는 원한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살인의 의도 외 다른 의도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분석했다.
범인은 사건 발생 3시간 만에 주거지에서 체포되었다. 범인의 정체는 상철 씨 청과물 가게의 경쟁업체 사장인 40대 최 씨.
최 씨는 상철 씨와 관계가 좋지 않았고 나쁜 감정이 계속 쌓여서 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철 씨의 가족이나 이웃들은 두 사람이 딱히 교류가 없었다며 최 씨의 범행 동기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제작진은 최 씨의 아내를 만나 최 씨의 입장을 들었다. 너무 억울하다는 최 씨의 아내는 2년 전 가게를 확장한 후부터 상철 씨가 자신들에 대해 험담을 하고 다녔다며 "그 후부터 손님들이 발길을 끊었고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그날도 대화를 하러 갔다가 그렇게 된 거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상철 씨의 아들 영훈 씨는 최 씨의 가게가 처음 개업을 할 때는 신경을 썼지만 곧 매출을 회복했다며 견제를 하거나 험담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웃들 역시 두 가게가 서로 견제하고 의식했다며 상철 씨가 일방적으로 최 씨를 견제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또한 이웃들은 장사도 잘하고 물건도 좋았던 상철 씨의 가게로 자연스럽게 가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매출이 줄고 결국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도 하게 되었다는 최 씨. 그는 지인에게 누구를 하나 죽여버리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이에 지인은 "상철을 죽이겠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짐작이 됐다. 그래서 그러지 말라고 같이 장사를 하면서 잘 넘기라고 했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새벽 우연히 상철 씨를 보게 돼 범행을 했다고 주장한 최 씨. 하지만 CCTV에 포착된 최 씨는 우연이라고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는 범행 40분 전 상철의 아파트 단지에 도착해 풀숲에 숨어 상철 씨가 나타나길 기다렸던 것이다. 이는 상철의 생활 패턴과 동선을 미리 파악하고 있던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
그리고 상철 씨의 지인들은 그가 누군가를 험담하고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최 씨가 대체 상철 씨가 험담하는 것을 어떻게 듣게 된 것인지 궁금해했다.
이에 최 씨의 아내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전해 들은 것이라고 말했다. 상철 씨의 입에서 나온 작은 말이 여러 사람을 거쳐 왜곡된 내용으로 최 씨에게 전달된 것이었다.
전문가는 "부정적 전언 효과라고 한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내용이 증폭되고 왜곡된다. 그러면서 자기 나름대로 속으로 어떤 분노나 복수심을 굉장히 오랫동안 키워 왔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사업이 축소되고 배달 일까지 하는데 계속 자기를 험담하는 이야기가 들린다면 그 사람의 험담이 자신의 일상에 영향이 크게 끼쳤다는 피해의식이 본인도 모르게 본인을 덮어버리는 것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