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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 대납 요구 노쇼 사기' 계좌 지급정지 안돼…법적 사각지대

'물품 대납 요구 노쇼 사기' 계좌 지급정지 안돼…법적 사각지대
▲ 물품 대납 유도하는 노쇼 사기

단체 주문을 미끼로 물품 대납을 유도한 뒤 잠적하는 이른바 '노쇼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사기범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피해 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금전적 손해를 떠안고 있습니다.

사기 수법은 전형적인 보이스피싱과 유사하지만, 법적 분류가 다르다는 이유로 금융 보호망이 작동하지 않는 실정입니다.

광주 보병사단 인근에서 한정식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 씨는 지난달 군부대 직원을 사칭한 인물에게 60인분 단체 식사를 예약받았습니다.

주문자는 전투식량 납품업체를 소개하며 "발주가 누락됐으니 대신 송금해 달라"고 요청했고, A 씨는 6천550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주문자는 연락을 끊고 잠적했습니다.

A 씨는 즉각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송금한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했지만 '보이스피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절당했습니다.

지급정지는 사기 등으로 송금된 돈을 피해자가 요청하면 해당 계좌를 일시적으로 동결해 자금 인출을 막고 피해금 회수를 가능하게 하는 금융 보호 제도입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됐으나 보이스피싱, 대출 사기 피해에만 국한돼 있어 물품 대금 사기인 '노쇼 사기' 피해 구제에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A 씨는 통화에서 "은행에 문의하니 '경찰의 공문이 필요하다', '보이스피싱이 아니기 때문에 지급정지를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하루 종일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면서 사기를 치는데 이게 보이스피싱과 다를 게 뭐냐. 한 달이나 지났는데 수사는커녕 지급정지도 안 된다고 하니 정말 막막한 심정이다"며 하소연했습니다.

노쇼 사기가 전국적으로 빗발치자 경찰은 집중 수사 관서를 지정하고 내달까지 특별 자수·신고 기간을 운영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경찰은 해외 조직의 범행일 가능성이 높아 국제공조의 어려움이 있고, 어렵사리 범인을 검거해도 피해액을 온전히 돌려받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어제(25일) "노쇼 사기는 기존 피싱 사기와 수법은 유사하나, 현행법상 지급정지나 계좌 동결 조치가 적용되지 않아 수사와 피해구제에 한계가 있다"며 "관공서를 사칭한 주문과 대납 요구가 들어올 경우, 반드시 해당 기관에 공식 연락처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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