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 11·3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 탈환을 넘어 상원 승리까지 넘보면서 과거 대선 때마다 여론조사 예측을 뒤집었던 '샤이 트럼프' 현상이 이번에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여론조사에서는 좀처럼 포착되지 않다가 실제 투표에서 결집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숨은 지지층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유권자들의 표심이 선거 결과를 좌우했다는 관측입니다.
개표가 진행 중인 3일 밤 10시 30분(미 동부시간) 기준 CNN과 NBC 방송 등은 민주당이 연방 하원 다수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민주당은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노스캐롤라이나 상원 의석 탈환이 확정적이며 텍사스, 캔자스 등 주요 상원 경합지에서도 공화당보다 우세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 선거전문사이트 디시전 데스크 헤드쿼터(DDHQ)는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탈환 확률을 100%로 전망했으며, 민주당의 상원 승리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던 민주당 우세 흐름과 대체로 일치하는 결과입니다.
그동안 미국 선거에서는 여론조사에 잘 응하지 않거나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트럼프 지지층이 실제 투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샤이 트럼프' 현상이 주목받아왔습니다.
2016년과 2020년, 2024년 대선 과정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세가 과소평가된 반면 실제 투표에서는 예상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샤이 트럼프'는 선거 예측의 대표적인 변수로 꼽혔습니다.
그러나 이번 중간선거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반감과 실망이 유권자들의 투표 동기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과거 선거와 차이를 보입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주요 방송사 등의 의뢰로 실시한 유권자 대상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를 표명하기 위해 투표했다는 응답자는 43%에 달한 반면,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투표했다는 응답자는 16%에 그쳤습니다.
응답자의 39%는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경제'를 꼽았으며, '민주주의 현황'을 선택한 응답자는 32%였습니다.
또 투표 결정에 '정부 부정부패'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자는 54%, '생활비'를 꼽은 응답자는 49%로 나타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에 더해 경제적 어려움과 정부 운영에 대한 불만이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오르지 않으면서 과거 대선에서 나타났던 숨은 지지층의 결집 효과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공화당 유권자들의 이탈 여부도 주목됩니다.
앞서 미국 선거분석기관 '쿡 정치보고서' 창립자인 찰리 쿡은 이번 중간선거를 기존 선거와 양상이 다른 '유니콘 선거'로 규정하며 핵심 변수가 중도층이나 무당파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망한 전통적 공화당 지지자들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높은 유가와 관세, 무역전쟁, 이란전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농촌과 소도시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불만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이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 않더라도 투표를 포기하거나 공화당 후보에 대한 투표를 건너뛰는 방식으로 불만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쿡은 이런 현상을 민주당 지지세가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블루 웨이브'(Blue Wave·푸른 물결)보다는 공화당 지지층의 투표 열기가 약화하는 '레드 언더토우'(Red Undertow·붉은 역류)에 가깝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민주당의 우세가 최종 결과로 이어질지, 실제 여론조사 오차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주요 경합지의 개표가 마무리된 뒤에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공화당의 부진이 민주당으로의 표 이동 때문인지, 기존 공화당 지지층의 투표율 하락 때문인지 등에 따라 이번 선거의 정치적 의미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